1년에 91명 남편·애인에게 살해… 나흘에 1명꼴로 목숨 잃어

가부장적이고 왜곡된 성 인식이 결국 여성 살해 불렀다

 

여성신문 인터랙티브 뉴스 ‘그날, 나는 살해당했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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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 껍질을 벗겨서 그랬다.”

최모(59·남)씨가 30여년간 함께 산 아내 A(51)씨를 살해하고 밝힌 범행 동기입니다. 지난해 7월 최씨는 술에 취한 채 경기 화성시 자신의 집에 돌아왔습니다. 사건 당일 아내 A(51)씨는 마당에서 강낭콩의 껍질을 벗기고 있었습니다. 최씨는 “설익은 콩의 껍질을 벗긴다”며 휘발유를 콩 위에 뿌렸고 휘발유가 A씨의 온몸에도 묻었습니다. 최씨는 멈추지 않고 라이터로 콩에 불을 붙였고 불은 A씨에게 옮겨 붙어 온 몸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결국 A씨는 병원치료 17일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알고 보니 최씨는 가정폭력 가해자이기도 했습니다. 30여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수시로 아내와 자녀를 폭행해왔습니다. 둔기로 아내의 머리를 때리고 담뱃불로 다리를 지지기도 했습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씨는 재판부로부터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남편이나 애인 등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지난해에만 최소 91명에 달합니다. 한국여성의 전화가 2015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여성도 최소 95명에 이릅니다.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무고한 50명도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여성이 나흘에 한 명꼴로 남편·애인에게 살해됐고, 최소 1.9일 간격으로 한 명의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해 있는 겁니다.

이 통계가 전부는 아닙니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조사했기 때문에 실제 사례는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확한 통계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성신문 인터랙티브 뉴스 ‘그날, 나는 살해당했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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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나 애인을 살해하거나 중상을 입힌 가해자들은 여성들이 ‘헤어지자’고 했을 때 가장 많이 살해하거나 중상을 입혔습니다(64건). 실제로 ‘안전 이별’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이별을 요구하는 애인에게 폭언을 하거나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뒤를 이어 ‘싸우다가 우발적으로’ 여성을 살해하는 경우가 54건, ‘다른 남자를 만나거나 만났다고 의심했을 때’는 30건이었습니다.

가해자들은 피해 여성이 ‘강낭콩 껍질을 벗겨서’, ‘양말과 운동화를 세탁하지 않아서’, ‘전화 받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살해하거나 폭력을 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성을 향한 폭력이 얼마나 가부장적이고 왜곡된 성인식과 태도에서 비롯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여성신문은 아내 폭력·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살인 범죄 현황과 범행 동기를 통해 여성 살해 현 주소를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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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나 기자 (lhn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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