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많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에 반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무단으로 사진과 영상 촬영을 당했고, 온라인상 신상 유포, 성희롱과 악의적 비방을 겪었습니다. 당시 피해를 본 조미지 님이 지난 7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경험담과 만화를 본인 허락 하에 소개합니다. 온라인상 ‘신상털이’와 모욕은 유희가 아닌 심각한 폭력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의견이나 경험을 saltnpepa@womennews.co.kr로 보내주시면, 여성신문을 통해 더 많은 이들과 나누겠습니다.

<편집자주>

 

 

 

 

 

 

 

 

 

 

 

 

 

지난 5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열린 여성혐오 반대 거리 행진에 참여한 조미지 씨 ⓒ조미지 씨 제공
지난 5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열린 여성혐오 반대 거리 행진에 참여한 조미지 씨 ⓒ조미지 씨 제공

“왠 걸레야”

“보냉 스멜 오질듯 우웩”

“너클각목들고 집찾아간다 메퇘지년 도륙하러”

“김치는 찢어야 제 맛”

“저것들 남친없고 결혼할 능력없어서 저러는거 같은데ㅋㅋ저런 페이스로도 결혼할 수 있는데! 장애인협회가서 남자꼬시면 할 수 있을건데 그걸 모르나보네”

“레즈비언일 가능성이 큽니다. 지긋지긋한 동성연애자들”

“가슴이나 모으길”

“줘도 안먹는다 차라리 10마넌주고 창녀사서 하고 만다”

오늘 나를 도촬한 불법 몰카 게시물의 댓글들을 다시 읽으면서, 혐오에는 패턴이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누군가에게 모욕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이들인 장애인과 퀴어를 경유하여 욕을 한다. 장애인과 퀴어, 여성(김치녀)의 존재 자체를 욕으로 등치시킨다. 언어 속에서조차 그들의 세계는 기울어져 있다. 그 사회에서 통용되는 욕은 약자를 가리키고 있다.

나는 온건하고 PC(정치적으로 공정)하게 6.9, 한남충, 소추소심을 포함해서 어떠한 욕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결사의 자유에 따라서 사전에 신고한 정당한 집회와 행진에 참여하여 이야기를 경청하고, 함께 걸었을 뿐인데 내게 돌아온 것은 몰카와 보지 찢어 죽여야 한다, 집 찾아가서 도륙해버리겠다는 강도의 말을 수없이 들어야 했다. 욕을 사용하지 않고 온건하고 pc하게 운동해도 나는 결국 ‘김치년, 메갈년, 걸레’였다. 내가 온건하건, 과격하건 어떤 것을 주장하고 이야기하건 그건 상관없는 것이었다. 온건한 운동에서 돌아오는 것은 몰카 찍히고 성희롱당하고 갖은 쓰레기 같은 욕을 듣는 것이었다.

페이스북 ‘김치녀 시즌2’ 페이지는 나 이외에도 내가 목격한 것만 9명 이상의 몰카 피해자를 양산했다. 내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 피해자도 아니다. 나같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여성들의 도촬사진과 몰카를 밥 먹듯 올려 개인의 초상권과 사생활을 침해하는 ‘김치녀 시즌2’ 페이지와 그것을 방관하는 페이스북 코리아의 행태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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