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모선택제 강행하자

“19대 국회서 자동 폐기된

정책을 왜 또 다시?… 명분 없어”

 

“셧다운제는 과도한 규제”

게임업계는 폐지 입장 고수

 

여성‧청소년단체들

“스마트폰까지 적용해야”

 

셧다운제가 아동‧청소년의 건강권, 수면권을 보장하는 기본권이므로 게임 한류나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완화시켜선 안 된다는 지적이 높다. 10대 청소년들이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뉴시스·여성신문
셧다운제가 아동‧청소년의 건강권, 수면권을 보장하는 기본권이므로 게임 한류나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완화시켜선 안 된다는 지적이 높다. 10대 청소년들이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뉴시스·여성신문

심야 시간에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셧다운제(인터넷 게임 시간 이용제한 규제)가 부모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완화되자 “정부가 명분도 없는데 부모선택제를 강행했다”며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소통과 공감의 게임문화 진흥계획’을 발표하면서 부모 등 친권자가 원할 경우 청소년들이 해당 시간대에 인터넷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부모선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시행 5년째를 맞은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전 0시부터 6시까지는 인터넷 게임을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문화연대 등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냈으나 지난 2014년 4월 재판관 9명중 7명이 합헌 결정을 내린 법안이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는 균형 있는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 정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셧다운제가 문화콘텐츠산업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 시간도 줄이지 못했다며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임업체 CEO 출신의 김병관 더민주 의원은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보호법에 명시한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여성‧청소년단체들의 입장은 분명하다. 셧다운제가 아동‧청소년의 건강권, 수면권,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기본권이므로 게임 한류나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이를 완화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영희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부모선택제는 셧다운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허울뿐인 ‘선택’”이라며 “이미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합헌 판결이 난 이 제도를 단지 규제 완화라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으로 완화한다는 것은 정부가 청소년 보호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청소년단체들은 2014년 국정감사 당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시행한 전국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에서 이미 조사대상의 85%가 이 제도의 유지에 찬성했고, 84%는 스마트폰까지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며 셧다운제 완화는 문제가 많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 셧다운제의 게임과몰입 예방 효과는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2년 게임이용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만9~14세인 청소년이 인터넷 게임을 주로 이용하는 시간대가 오후 10시~새벽 6시까지인 비율이 2011년 10.2%였으나 셧다운제 시행 후인 2012년은 1.5%로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부모선택권이란 이름 아래 셧다운제를 완화한다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만 커질 것이라는 게 아동‧청소년단체들의 우려다.

반면 셧다운제 완전 폐지론자들은 이 법이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16세 이하 청소년들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로 인증하고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일뿐 아니라 심지어 셧다운제 시행 후 게임업계가 청소년 이용 게임 개발을 줄이고 청소년들도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을 더 많이 이용하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것이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게임업계의 주장처럼 자녀의 수면에 도움이 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양육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며 “게임업계가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자세를 갖고 있다면 셧다운제가 유지되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어 소장은 “미국 뉴욕주는 아동 보호를 위해 성범죄자가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며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우선하는 미국도 아동과 청소년 보호를 위한 규제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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