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김자연씨가 7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인증 사진. ⓒ김자연 트위터 캡처
성우 김자연씨가 7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인증 사진. ⓒ김자연 트위터 캡처

넥슨의 성우 부당교체에서 촉발된 여성혐오 논쟁에 대한 김명인 인하대 교수의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잔잔한 반향을 낳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남성들의 오래도록 안정되어 왔던 정체성에 긍정적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나는 최근 일련의 메갈리언 액트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김 교수는 지금의 메갈리아 현상에 대해 “메갈리아가 대상으로 하는 것은 일베만이 아니다. 메갈리아는 직접적으로 미러링을 통해 일베의 언어와 행태를 전도시키지만, 그것을 통해 전도되는 것은 일베만이 아니라 한국남성의 여성에 대한 태도와 인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남성들이 여성들을 차별하고 착취하기 위해 또는 그 과정에서 특수하게 공유해 온 언어세계를 과감하게 침범하고 그것을 탈영토화하여 백일하에 드러냄으로써 그 언어세계가, 그리고 그것의 배경에 완강하게 자리잡아온 차별과 착취의 심상과 제도 전체가 얼마나 낯설고 외설적이며 반윤리적이고 폭력적인 것인지 문득 깨닫게 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모든 한국남성의 몸 안에는 성차별과 착취를 먹고 사는 큰빗 이끼벌레 덩어리 같은 것이 들어차 있었다는 것을 메갈리아는 극적으로 보여주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남성 일반은 개개인의 성향이나 입장과 상관없이 구조적으로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데에 동참하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유형 무형의 이득을 얻고 있다. 따라서 ‘여성혐오’는 ‘덜 떨어진’ 특정 남성집단의 정서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하나의 사회적 자산으로 그것은 모든 남성들에게 골고루 배당된 황금주가 되어 일상적 수익으로 환원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특히 “일베의 언어와 행동은 이러한 차별과 성적 착취의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하나의 하위문화적 반영물에 지나지 않는다”며 “일베에 소속되어 있건 아니건 여성에 관한 한 한국남성의 절대다수는 개체적으로는 어린 시절부터, 계통적으로는 최소한 식민지 시대 이래로 사실상 일베의 정서를 유구하고 완강하게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근래의 페미사이드(여성살해)라 부를만한 사건들의 연속을 통해, 더 이상 이 억압과 고통을 감내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여성들의 적극적 행동을 통해 내 안의 가부장, 내 안의 남근주의, 내 안의 미소지니(여성혐오)가 새삼 소스라치게 재발견됐다”며 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나는 최근 메갈리아를 접하고 나서 나 역시 사회적으로는 ‘한남충’이나 ‘씹치남’에 불과한 존재이고, 우리 가족 내에서도 어쩌면 오래도록 ‘애비충’이었을지 모른다는 사실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니야, 나는 ‘탈치남’이거나 ‘정상남’이라고 우겨본다고 해도 무의미한 것이 여성들의 존재부정 상태에 기초한 ‘한남충들의 아름다운 세상’에서 오랫동안 누려온 부당한 기득권들에 비하면 내가 지금 도달해 있다고 생각하는 알량한 자각의 수준이라는 것은 정말로 가소롭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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