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여성주의 그룹 ‘메갈리아’ 지지 선언

노혜경 “메갈 향한 젊은 남성들 공격성, 기성세대 향해야”

손희정 “여성들, 자신의 언어 통해 ‘주체’ 되는 중”

정희진 “메갈은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항한 유일한 당사자”

진중권 “살생부에 내 이름 넣어라… 나도 메갈리안”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가족재단 로비에 마련된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추모 쪽지를 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가족재단 로비에 마련된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추모 쪽지를 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온라인 여성주의 그룹 ‘메갈리아’를 둘러싼 논쟁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진보 진영 지식인들이 잇따라 메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노혜경 시인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갈리아를 향한 젊은 남성들의 공격성은 실은 기성세대를 향해야 한다”며 “그 기성세대의 보기드문 테이블 오더를 잠깐 따낸 여성 일원으로서 나는 기꺼이 메갈리안, 즉 젊은 여성 전사들을 지지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노 시인은 “인간으로서의 여성을 말살하고 밥하는 기계, 섹스하는 기계, 애낳는 기계, 감정노동하는 기계가 되라는 그러한 차별에 맞서 대항 언어폭력으로 무장한 메갈리안들이 새삼 반갑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토록 노력했음에도 호남 차별이, 장애인 차별이, 학력 차별이 사라지기 어려운 건 누군가가 거기서 이득을 보기 때문이듯 여성 차별도 누군가가 이득을 본다. 그리고 그 부스러기를 남성 일반이 얻어먹는다. 모든 ‘진보적’ 외양을 한 운동들의 어두운 구석”이라고 꼬집었다.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 저자인 그는 “메갈리안은 특정할 수 있는 그룹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억눌려왔던 여성들의 말문이 대표적으로 터져나온 사건의 이름이다. 귄터 그라스 식으로 ‘아가리를 벌려’ 외치는 모든 사람은 메갈리안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메갈리안은 페미니즘의 최전선”이라며 “메갈적 화법이나 태도가 싫은 여성들도, 메갈리아가 이루어낸 문화적 변화에 분명코 승차하게 된다. 무임승차를 할 것인가. 차비를 조금이라도 치를 것인가에서 나는 후자를 택하고플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넥슨-메갈리아-티셔츠-성우 교체-예스컷 운동-나무위키 살생부-정의당-녹색당 당게 분탕질로 짜여진 백래쉬(backlash·반발) 사건의 배경은 블루일베로 대변되는 미디어 권력과 한국 사회의 백래쉬”라고 분석했다. 손씨는 “메갈리아에서 인터넷 용어를 경유해서 ‘남성 혐오’를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강력한 주체화의 동학에 가깝다. 즉, 주체가 되기 위한 몸부림”이라며 “그렇게 아직 사회적으로 주체가 되지 못한 여성들이 비로소 자신의 언어를 통해 ‘주체’가 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성우 김자연씨가 7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인증 사진. ⓒ김자연 트위터 캡처
성우 김자연씨가 7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인증 사진. ⓒ김자연 트위터 캡처

여성학자 정희진은 한겨레 기고에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한국 사회에 새로운 문화 권력과 혐오 산업을 창출하고 있다”며 “일베 사용자 중에는 ‘찌질남’도 있지만 지구화 시대 대한민국의 위상을 고민하는 새로운 건국 세력이 존재한다. 그들은 우익 시민사회를 조직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데올로그들, ‘엘리트’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메갈리아는 일베가 짓밟은 사회 집단 중 조직적으로 대항한 유일한 ‘당사자 집단’”라고 평했다.

정씨는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은 김자연 성우를 넥슨이 부당교체한 사건에 대해 항의 논평을 낸 후 이를 철회한 정의당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씨는 이 글에서 “자본과 진보의 강고한 남성연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진보는 언제나 진보이기 전에 남성이었다”며 “진보정당은 기업이나 무능·부패한 정부가 아니라 여성과 싸우고 있다. 그들이 좋아하는 ‘정치경제학’ 논리로 보자면, ‘진보’ 이전에 ‘남자’일 때 더 얻을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진중권 카이스트 겸직교수도 매일신문 칼럼에서 “메갈의 ‘미러링’이 그저 일베만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일베와 다르다고 굳게 믿는 남자들이 일상에서 밥 먹듯 저지르는 성차별적 언행”이라며 “나를 포함해 남자들은 종종 자기가 성차별 언행을 했다는 사실 자체도 의식하지 못한다. 이게 메갈에서 하는 ‘미러링’의 진짜 표적”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실도 여러 가닥 묶으면 밧줄이 되듯 그 초라한 남근들이 다발로 묶여 큰 승리를 거둔 모양이다. 그들은 성우 김자연의 목소리를 삭제하고, 가수 안예은에게 사과를 받아내고, 정의당의 공식논평을 내리게 했으며, 몇몇 웹툰 작가의 입을 틀어막았다”며 “누가 대한민국을 저 남근 다발이 무서워 말도 못 하는 나라로 만들었을까? 이들의 정신과 감성이 일베랑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나 같은 ‘한남충’ ‘개저씨’의 눈으로 봐도 너무들 한다. 듣자 하니 이들이 자기와 견해가 다른 웹툰 작가들의 살생부까지 만들어 돌렸단다. 그 살생부에 아직 자리가 남아 있으면 내 이름도 넣어주기 바란다”며 “메갈리안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빌어먹을 상황은 나로 하여금 그 비열한 자들의 집단을 향해 이렇게 외치게 만든다. ‘나도 메갈리안이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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