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안의 스님’ ‘푸른 눈의 수행자’로 불리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현각 스님이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불교를 떠나겠다”고 밝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현각 스님은 ‘서울대 왔던 외국인 교수들, 줄줄이 떠난다’ 제하 기사를 링크하곤 “이 사람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고 100% 동감한다. 나도 자연스럽게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각 스님은 1990년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 재학 중 숭산 스님의 설법을 듣고 1992년 출가했다. 베스트셀러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올해 승려생활 25년째인 현각 스님은 한국 불교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선불교를 돈으로 환산되는 기복신앙으로 전락시킨 점을 들었다. 그는 “한국의 선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했던 누구나 자기 본래의 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그냥 기복종교로 항복시켰다. 왜냐하면 기복=$(돈). 참 슬픈 일이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주한 외국인 스님들은 오로지 조계종의 데코레이션(장식품)이다. 이게 내 25년간 경험”이라며 “서울대에 왔다가 떠날 수밖에 없던 외국인 교수들과 4∼5년 전 KAIST 그만뒀던 노벨상 총장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라며 “참 슬픈 현상”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그는 서툰 한국어로 쓴 페이스북 글에서 “숭산 스님께서 45년 전에 한국 불교 위해서 (외국인 출가자들에게) 문을 열었다”며 “그런데 종단이 그 문 자꾸자꾸 좁게 만들어서 지난 2~3년간만 7~9명의 외국인 승려들이 환속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내가 어떻게 그 조선시대 정신에만 어울리는 교육으로 이 합리주의 바탕에서 자랑했던 서양사람들, 특히 서양여자들을 보낼 수 있을까”라며 “대신 난 그 신심 있는 애들을 계룡산이나 유명한 일본 선방으로 보낸다”고 덧붙였다.

현각 스님은 은사인 숭산 스님이 세운 화계사 국제선원 해체를 비판하며 “숭산 정신을 죽인 송설정 등은 대단하다”고 했다. 올해 초 화계사 외국인행자교육원은 설립 5년 만에 문을 닫았다.

현각 스님은 현재 그리스에 머물고 있다. 그는 “8월 중순에 한국을 마지막으로 공식 방문한다”며 “앞으로 한참 동안 서양에서만 머물다 화계사로 가서 은사 스님(숭산) 부도탑 참배, 지방 행사 참석, 그리고 이별 준비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환속은 안 하지만 현대인들이 참다운 화두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페이스북 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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