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16년 7월 27일

장소=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

참석자=송희경 새누리당 의원,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사회=윤정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인문사회융합과학대학장

 

(왼쪽부터)송희경 새누리당 의원,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왼쪽부터)송희경 새누리당 의원,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신문은 7월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여성이 경쟁력이다’를 주제로 여야 3당 비례대표 1번 초청 좌담회를 열었다. 당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각당 비례대표 1번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52),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51),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55)은 ‘이공계 출신 여성’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의기투합했다. 세 사람은 한 목소리로 “소통 능력과 융합 능력이 뛰어난 여성들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소프트 파워에 적합하다”며 “우수한 여성 인재의 경력단절을 막고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존속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정로: “세 분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여성들이 더욱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분석했다. 이베이, 페이스북 등에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하긴 했지만 25년간 공과대학 여성교수로서 느낀 점은 여성 CEO가 늘어나도 소프트웨어(SW) 산업에서 일하는 여성인력 수가 절대적으로 소수라는 것이다. 게다가 여성 CEO들은 창업자가 아니라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영입됐다. 소프트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산업 분야에 여성들의 진출을 늘리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송희경: “여성의 강점은 관계지향적이라는 점이다. 미시적으로 보면 한국 여성들은 시집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관계를 잘 해결하고 극복하는 훈련이 돼있다. 아이를 돌보면서 빨래를 하는 멀티플레이어 등 유연성도 높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 미국에서도 창업을 한 오너는 남성이 많은데 한국은 더 심각하다. 여성 CEO도 적지만 소프트웨어 기업 자체가 많지 않다. 자생력과 경쟁력이 굉장히 저하돼있다. 판 자체가 없다보니 거기서 최고 레벨 올라가는 여성은 더 없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SW 분야 여성인력 비중은 12.5%로 선진국 대비 60% 수준이다.

여성들이 회사의 메인 테이블, 즉 위기관리를 하고 성과를 내는 곳에 주저없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육아 문제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에 80조원을 쏟아부어도 출산율은 고작 1.2명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는 희망이 없을 수 있다.”

 

윤정로: “이공계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많이 늘어 자연과학 계열에 여성 비중이 50% 이상이다. 하지만 공학 계열은 아직 여성 비중이 낮다. 여성이 회사의 메인 테이블에 가려면 적합한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공학, 과학, 소프트웨어 분야에 여성 저변을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까.”

 

박경미: “이공계 진학률이 높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일단 이공계 전공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야 한다. 최근에 문·이과 통합이 시대적 화두로 등장했지만 대학에서 전공할 분야를 염두하고 관련 수업을 많이 듣는 식으로 달라질 것이다.

먼저 여학생이 공학을 전공하도록 유인해서 인력 풀(pool)을 넓어져야 한다. 계열 전공 선택에서 중요한 과목이 수학이다. 수학이 불편해 문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에게 수학 친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고도로 추상화돼 있는 수학을 구체적인 탐구 활동이나 조작 활동과 연결하는 식으로 교과서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맥락이 거세된 무미건조한 수식만 나열돼 있으면 여학생들이 거리감을 가질 수 있다. 실생활과 맥락, 현상과 연결하면 수학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다. 여기에 실생활 기반의 컨텍스트를 가진 수학 개념 원리를 도입하고 시각 자료 등 직관적인 자료 중심으로 초중고 수학 교육이 이뤄지면 수학포비아(수학혐오증)도 줄어들 것이다.”

 

신용현: “연구원에 있을 때 직원들에게 역량 강화 교육이 이뤄졌는데, 남성들은 조직관리, 리더십 교육을 신청했다. 반면, 여성들은 파워포인트, 엑셀 등 실무 교육을 선택했다. 여성은 스킬을 높이는 교육을 받고, 남성들은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을 조직해 성과를 내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면 여성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이것은 사회 문화의 차이가 크다. 여성들은 창업처럼 주체적으로 벌이는 것을 꺼려한다. 이러한 문화를 바꾸는 교육이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때문에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생애 주기가 경력단절로 인해 M자 커브라고 하는데 전문직은 L자 커브라고 한다. 육아로 한번 경력단절이 되면 재진입이 안된다는 것이다. 전문직의 경제활동을 늘리려면 일·가정 양립을 지원해야 한다. 직장어린이집, 시간선택제 등 제도는 잘 돼 있지만 현실에 잘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제도를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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