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온라인 페미니스트 ⓶

[인터뷰] 페이스북 페이지 ‘바람계곡의 페미니즘’ 운영진

국내외 다양한 페미니즘 이슈·기사 소개...‘페미니즘 공론장’ 역할도

SNS 접근 힘든 여성들의 목소리 전할 고민도

“페미니즘의 목소리, 더 다양하고 소란스럽고 불편해져야”

 

“저희는 운동성을 지닌 집단이 아니에요. 그저 ‘불만’이 많아 뭔가를 떠들지 않으면 배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임일 뿐입니다.” 요즘 2030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화제인 페이스북 페이지, ‘바람계곡의 페미니즘’ 운영진의 자기소개다. 

운영자 5명이 관리하는 작은 페이지지만, 매일 국내외 다양한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 기사를 발 빠르게 소개해 주목받고 있다. 페미니즘 이슈에 관한 자체 분석과 논평도 싣는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공개한 ‘왜 남성 젠더는 잠재적 가해자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글,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생리대 시위’를 주제로 한 글은 딱딱한 논설문이 아닌, 남녀의 대화 형식으로 논지를 전개해 호응을 얻었다. 페이지 개설 석 달 만에 ‘좋아요’ 수 8500을 돌파했다. 독자들이 댓글로 토론을 벌이고 소통하는 ‘페미니즘 공론장’ 역할도 하고 있다. 

“밥벌이 때문에 허덕이는” 평범한 여성들이 페미니즘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이들은 “여성혐오의 문제를 ‘개인의 예민함’으로 치부하는, 불편한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내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메르스 갤러리’와 ‘메갈리아’의 등장 이후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여성들의 목소리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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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 ‘바람계곡의 페미니즘’ 캡처

더욱더 많은 여성들이 ‘여성혐오를 멈춰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돌아오는 것은 ‘남성혐오도 나쁘다’는 메아리다. ‘페미니즘’은 ‘과민반응’ ‘남성혐오’ ‘여성우월주의’라는 “낙인이 됐다”. 페미니즘을 지지하거나, 페미니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모욕을 당하고 신상정보가 유포돼 인권과 노동권 침해를 당하기도 한다. ‘바람계곡의 페미니즘’ 운영진도 자신들의 이름, 사진 등 신상정보 노출을 꺼렸다. 그러나 엄혹한 현실에 대한 이들의 비판은 날카로웠다. 

“‘남성혐오’란 허깨비죠. ‘남성혐오’를 통해 누가 어떤 피해를 봤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반면 사회 곳곳에 다양한 차별과 폭력의 모습으로 스며든 여성혐오는 여성들의 삶을 실제로 옥죄고 있습니다. 성폭행당할 게 두려워 밤거리를 못 다니는 남성이 있을까요?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몰카를 찾아보는 남성이 있을까요? 폭력으로 보복당할까 두려워 애인에게 헤어지자고 말하지 못하는 남성이 있을까요? 가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시선이 두려워 달라붙는 옷을 못 입는 남성이 있을까요?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이나 승진에 불이익을 받는 남성이 있을까요? 성적 ‘순결’을 강요당하는 남성이 있을까요? 결국 ‘남성혐오도 나쁘다’라는 말은 ‘여성혐오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식으로 여성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겁니다.”

“무수한 차별과 폭력이 여성들을 억압하고 있”지만, “‘페미니즘’이라는 낙인을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으로 당당히 내세우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바람계곡의 페미니즘’ 페이지 운영진은 입을 모았다. “페미니즘은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현상에 순응하거나 동조하지 않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겠다는 슬로건으로 작동하는 중이고,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게다가 이미 현실은 변하고 있습니다. 소라넷 폐쇄 같은 실제적인 변화는 오히려 부수적인 것이죠. 진짜 변화는 여성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부장제에 찌든 남성 중심의 세상이 아닌, 여성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울려 퍼질 수 있는 다른 세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여성은 결코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수많은 주제와 쟁점을 다루려니 고민도 많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일까? 어떤 삶을 살아야 페미니스트라 자처할 수 있을까? 등 고민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할 뿐이다. 또 “SNS에 접근하지 못하는 여성들, 이를테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거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드러낼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저희보다 훨씬 좋은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을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저희 페이지 구독자가 늘고 있는 것은,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가 심각한 수준인데도 정작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창구는 부족하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이들은 “페미니즘이라 불리는 움직임이 다양한 목소리들로 더 잘게 나누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최대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겠죠. 그렇게 세상을 더 소란스럽고 불편하게 만들어 가야겠죠. ‘진정한 페미니즘’이란 완성된 기성품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문제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꾸준히 싸워 가며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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