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유포·모욕, 표현의자유 아냐" 인권침해 피해여성들 집단소송 나서
"신상 유포·모욕, 표현의자유 아냐" 인권침해 피해여성들 집단소송 나서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6.07.27 14:21
  • 수정 2016-07-28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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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로 구성된 공동대응단은 이날 피해자 20명과 함께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집단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로 구성된 공동대응단은 이날 피해자 20명과 함께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집단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단체·민변 여성위 등,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추모참여자 인권침해 집단소송 나서

“성차별 근거 혐오표현 도 넘어...법적 한계 있지만 사회적 개입 필요”

메갈리아 관련 혐오발언·위협에도 향후 대응할 계획

반여성혐오 단체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A씨는 최근 강남역 부근에서 진행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추모 행진에 참여했다가 무단 사진 촬영을 당했다. A씨의 신상은 즉시 온라인상 공개 유포됐다. ‘패고 싶다’는 위협, 외모 비하 등 폭언이 쏟아졌다. 그는 27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집단소송 기자회견에서 “그 일은 시시때때로 떠올라 나를 위축시키고 고통스럽게 했다”며 “이러한 폭력은 유머도, 사소한 일도 아님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추모 행동에 참여했다가 온라인상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당한 여성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로 구성된 공동대응단은 이날 피해자 20명과 함께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월 강남역 사건 이후 많은 여성들은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한편 자신의 성폭력, 성차별 피해경험을 이야기하고 여성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 중 다수가 무단으로 사진과 영상 촬영을 당해 온라인상 신상 유포, 성희롱과 비방, 악의적 조롱 등을 겪었다. 

이에 3개 여성단체는 지난 5월 23일부터 31일까지 10일간 추모참여자 인권침해 제보창구를 열어 총 45명으로부터 53건의 제보를 받았다. 이 중 20명이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페이스북 페이지 ‘강남역 10번출구’ 운영자 이지원 씨는 “최근 강남역 등지에서 연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말하기대회’ 참가자들이 무단으로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당했다. 이들의 신상 정보가 온라인상 유포돼, 누가 어느 대학을 졸업해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등이 모두 알려져 ‘실패한 인생’ 등 인격적 모욕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여성들이 자신이 경험한 성차별과 성폭력을 증언하는 것만으로도 언어강간과 모욕의 대상이 된다는 게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가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공동대응단은 현행법의 한계도 지적했다. 여성단체에 피해 사실을 알린 이들 중 절반 이상인 25명은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못했다. 법적으로 성차별에 기초한 혐오표현을 규제할 근거가 없어서다. 표면적 모욕과 명예훼손만을 처벌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특정인을 적시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오늘 여기 이름을 올리지 못한 피해자들이 많습니다. 모두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없어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이런 악의적·위협적 행위의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시작합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이후 수사 결과 등이 나오면 온라인상 만연한 혐오표현을 중단하는 간접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에 따라 추가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넥슨의 김자연 성우 교체 사건 이후, 김 성우를 지지한 성우와 웹툰 작가, 게임 개발자 등에 대한 언어폭력과 협박도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최란 사무국장은 “아직 여성단체들끼리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모으지 못했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소송 진행 결과에 따라 향후 공동 대응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공동대응단은 “성차별에 근거한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도, 놀이도, 문화도 될 수 없다. 여성의 직접행동이 계속될 수 있는 제도적 사회적 토양을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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