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작가로서 일도 철저히 하고 노동량도 많은 편인데도 육아에 비하면 아니더라고요.”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웹툰 작가 강풀은 육아의 고됨을 이야기한다. 웹툰은 고된 일이다. 어느 책에서인가 강풀의 노동량을 알고 놀란 적이 있다. 웹툰이 연재되는 기간 동안에는 매일같이 새벽 4시에 나가서 밤11시에 들어왔다, 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자신을 낯설어해 노동시간을 줄였단다. 새벽 4시에 나가서 밤9시에 들어오는 것으로. 몇 달 전에 연재를 끝낸 ‘무빙’이란 웹툰이 45회로 끝났으니, 최소한 45주 동안 이 생활을 한 셈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로 많은 시간을 일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강풀이 육아가 훨씬 더 힘들다고 말한다.

“육아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에요. 아이가 사랑스러운 것과는 정말 별개더라고요.”

물론 강풀은 웹툰 연재를 하지 않는 기간 동안에는 비교적 자유롭고, 그가 육아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일 수 있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일까. 많은 남편들이 주말을 잠으로 때우면서, ‘휴일인데 어디 외식이라도 가자’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노동시간에 시달리는데, 주말이라도 쉬지 않으면 버틸 수 없지 않느냐고. 한국 아빠들이 하루 평균 애보는 시간이 3분으로 세계 최하위인 이유다. 강풀도 얼마든지 이럴 수 있다. 일년 가까이 못쉬었는데 나 좀 쉬게 내버려 달라고 한들 다 이해해주지 않겠는가? 재충전을 위해 혼자서 여행을 가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강풀은 그 기간 동안 평소 못했던 아빠의 의무를 다하며, 그러면서 육아의 고됨과 보람을 동시에 느낀다.

5일, 혹은 6일간 열심히 일하면 하루를 쉴 수 있다는 건 고된 일을 버티게 만드는 힘이다. 육아가 힘든 이유도 여기서 유추할 수 있다. 하루 24시간 대기해야 하며, 직장과 달리 휴일이 없으니까. 강풀이 그린 ‘무빙’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은 퇴근이라도 하지.”

심지어 다음과 같은 말도 한다. “진짜 아빠들이 아이 엄마에게 최소한 해야 할 일은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야 하는 일이에요.” 하지만 많은 아빠들이 그렇게 하는 대신 자신이 더 힘들다고 징징거린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남편들이 희생하고 있다고 말이다. 이들과 강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강풀은 “아빠들이 경험을 안 해봐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최소한 옆에서 지켜보기라도 했다면 그런 말은 할 수 없었을 거라고.

하지만 과연 그것뿐일까. 어쩌면 한국 남성들은 육아의 힘듦을 잘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육아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하고, 이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아, 몰라. 회사일이 훨씬 더 힘들어”라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게 아니냐는 것.

진실이 무엇이든 난 우리나라 아빠들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으면 한다. 육아는 힘든 만큼 보람도 그만큼 큰 일이며, 진정한 아빠는 육아를 통해 비로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낳아 놓기만 하고 키우진 않는다면 그 사람은 정자 제공자는 될지언정 ‘아빠’는 아닐 수 있으니까.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