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 기간제 교사 고 김초원, 이지혜 씨에 대한 30여 만명의 순직 인정 요구 서명서 ⓒ뉴시스ㆍ여성신문
세월호 희생 기간제 교사 고 김초원, 이지혜 씨에 대한 30여 만명의 순직 인정 요구 서명서 ⓒ뉴시스ㆍ여성신문

영종도 을왕리해수욕장 근처에 인천 교직원 연수원이 있다. 지난 19일 ‘교사의 인성과 자질 함양’이라는 주제로 열린 연수에 강의교수로 초청돼 교사의 자존감 회복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돌아왔다.

해맑은 웃음의 교사들이 한 학기를 마치고 방학식 날을 기해 1박 2일 연수에 온 것이다. 강의 내내 몰입해 듣는 자세가 사뭇 여타의 연수와 달랐다. 연령대를 보니 상당히 젊은 연령층의 교사들이었다.

강의 후 들은 얘기는 교육의 혁신을 모색하고 다양한 방식의 교육 모델을 고민하는 교사들이 동아리를 구축하고 시간을 내어 연구하고 토론한다고 했다. 많은 강의에서 고루한 교사들의 이념, 가치관, 태도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참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기간제 교사에 대한 기사가 내 긍정의 기분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건, 사고 기사를 읽고 느끼는 안타까움이 어제 가졌던 기쁜 감정을 하루도 못 가게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됐지만 죽어서도 기간제라는 굴레에 얽매어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한 단원고 기간제 교사 김초원·이지혜씨의 사연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기간제 교사는 지난해 4월 1일 기준 4만7000명으로 전체 교원 48만9000여 명의 10% 수준이다. 기간제 교사는 휴직, 파견, 연수, 정직, 직위해제 등으로 정규 교사의 결원이 생겼거나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할 필요가 있을 때 기한을 정해 정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 가운데 임용된다.

육아휴직 교사들이 늘면서 기간제 교사 채용도 늘고, 기간제 교사의 업무도 담임을 맡는 등 정규 교원과 다를 바 없지만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신분 불안은 각종 차별과 피해의 근본 요인이 된다. 법률적 지위에서도 이들의 신분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교수에게, 같은 수업을 들었음에도 단지 교원 임용고사에 합격했고, 못했고에 따라 이렇게 대우가 다르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차별을 받는 것도 문제이지만 같은 동료 교사들에게 인격적으로 받는 차별은 어찌해야 하는가?

태어날 때부터 물고 나오는 금수저, 은수저 등의 수저론처럼 아예 교사 계급과 기간제 계급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함께 한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동료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제도적으로 문제 있는 부분을 고쳐 나가려는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어릴 적부터 들어온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선인들의 가르침이 한낱 고루한 외침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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