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명 당선… 걸그룹, 모델, 배우 등 연예인 출신 눈길 

‘여성 활약 사회’ 약속 어디로… 여성 공천 배제 딛고 당선

 

여성 당선자수 사상 최다를 기록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자민·민진 양당의 스타 정치인. 자민당 이마이 에리코(왼쪽)와 민진당 렌호. ⓒimai-eriko.jp / renho.jp
여성 당선자수 사상 최다를 기록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자민·민진 양당의 스타 정치인. 자민당 이마이 에리코(왼쪽)와 민진당 렌호. ⓒimai-eriko.jp / renho.jp

지난 7월 10일 시행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사상 최다의 여성 당선자 배출이라는 기록이 수립됐다. 하지만 그 발전 정도가 미미하여 여성 정치의 발전을 논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반응도 있다.

24회를 맞은 올해 선거에서 여성 당선자의 수는 28명(비례 11명 포함)으로 총 당선자 121명 중 23%를 기록했다. 지난 선거인 2013년에 비해 6명 증가했으며 이전까지 가장 많은 여성의원을 배출했던 2007년의 26명(21%)을 넘어선 수치다. 일본의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의 정원은 242명이며 임기는 6년이지만 3년마다 절반인 121명을 새로 뽑는 선거를 실시한다.

당별로 살펴보면 연립여당을 구성한 자민당과 공명당에서 각각 10명과 3명이, 야당인 민진당에서 7명이 당선됐다. 그 외 공산당과 오사카유신회, 무소속 당선자가 2명씩이며 사회민주당과 생활당에서도 각 1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또한 여성 당선자의 평균 나이는 49.2세로 남성 당선자 평균 56.6세보다 약 7세 낮게 나타났다.

걸그룹 출신 이마이 에리코 당선 화제

모델 출신 스타 정치인 렌호 당 대표 유력

자민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이마이 에리코(33)는 이번 선거 중 가장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1990년대 인기 걸그룹 ‘스피드’(SPEED)의 일원이었던 그는 오키나와 출신이며 청각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이라는 점 등 독특한 배경이 눈길을 끌었다.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바탕으로 “아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호소해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오키나와 출신인데도 방송에서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를 몰랐다”면서 “12살까지만 살았기에 오키나와에 대해 잘 모른다. 이제부터 생각하겠다”고 말했고 언론사의 후보 설문에선 대부분의 문항에 백지로 제출하며 “정치가 처음인 사람으로서 답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도쿄에서 출마해 부동의 1위로 세 번째 당선에 성공한 렌호 민진당 대표대행은 모델 출신의 대표적인 스타 정치인이다. 자민당의 개헌선 저지에 실패하는 등 민진당의 참패 속에서 자민당 후보들을 따돌리며 선전한 그는 민진당의 유력한 차기 당대표로 꼽히고 있다. 선거 전에 도쿄 도지사의 유력 후보로도 떠올랐던 렌호는 “중앙정치를 통해 다음 세대에 좋은 일본을 넘겨주고 싶다”며 참의원 선거에만 전념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일본의 대표적 우익인사로 유명한 정치평론가 출신 이노구치 구니코 의원의 재선 성공이나 오사카유신회 비례대표로 출마한 전직 여배우 이시이 미쓰코의 당선 소식도 화제가 됐다. 반면 2선 의원으로 아베 정권의 간판 여성 정치인이었던 시마지리 아이코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장관은 오키나와에서 무소속 신인 후보에 패해 충격을 안겨줬다. 이로써 오키나와에 자민당 소속 의원이 단 한명도 없는 상황이 됐다.

G20 꼴찌의 열악한 일본 여성 정치 현실

“남성들, 여성 정치인 증가 오히려 두려워할 것”

여성 당선자 최다기록을 갱신한 이번 선거 결과는 여성에 배타적인 일본 정치계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욱 눈길을 끈다. 일본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라는 위상과 달리 여성 정치면에선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의회 내 여성 비율은 중의원 9.5%, 참의원 15.7%로 세계 190개국 중 155위, G20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여성이 활약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2020년까지 고위직 여성 비율 30% 달성을 장담했던 아베 정권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 전 공천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배제가 여전했다. 총 389명의 후보자 중 여성은 96명으로 2013년 선거에 비해 9명 줄었으며 야권 단일후보 등으로 전체 후보자수가 감소하면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4.7%로 0.5% 증가했다.

자민당은 여성 정치인의 수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공천에서 여성 후보의 수는 지난 선거보다 3명 증가한 12명으로 자민당 전체 후보 중 16%에 그쳤다. 민진당은 남녀 동수 공천을 목표로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55명 후보 중 5분의 1인 11명의 여성 후보를 공천하며 지난 선거보다 1명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사회민주당은 11명 중 2명으로 3년 전보다 오히려 1명 줄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민당 12명 중 10명, 민진당 11명 중 7명, 공명당 3명 모두 당선이라는 높은 당선율을 이뤄냈다.

도쿄 소피아대 정치학과 교수인 미우라 마리는 재팬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는 여성 노동력을 일본 경제 부흥의 수단으로 생각할 뿐 여성의 정치적 역량이나 정계 진출에는 관심이 없다”라며 “여성 당선자가 많아지면 남성들은 오히려 자신의 자리를 잃을까봐 두려워할 것”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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