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최저임금 최소 13% 인상을 촉구하는 노사화합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최저임금 최소 13% 인상을 촉구하는 노사화합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최저임금은 여성임금

왜 1만원 인상 요구 거센가

 

최저임금=최고임금

여성 6명 중 5명 최저임금 영향권

여성노동자에게 더 절박한 문

최저임금 결정 시한(28일)을 앞두고 “최저임금은 곧 여성임금”이라며 1만원 인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여노)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촉구하고 ‘여성=저임금 노동력’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24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저임금 여성노동자 결의대회를 연다. 임윤옥 여노 상임대표는 “여성이 먹고 살만큼의 생활임금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며 “현행 시급 6030원에서 1만원으로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계에선 2008년 이후 실질노동생산성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도 실질임금은 정체돼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노동 대가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임금 없는 성장’의 시기가 8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은 지난 20년간 급격히 떨어져 그 하락폭이 OECD 국가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가계에 적절한 소득이 배분되지 못해 소비 부진,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사실 최저임금 인상은 전 세계적 흐름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최저임금을 10.10달러로 인상할 것을 제안한 데 힘입어 캘리포니아는 2022년까지 15달러(약 1만7000원)로 인상하기로 확정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작년에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한 데 이어 올해에도 최저임금 1000엔(약 9400원)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작년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시급 6030원, 한달 월급으로 환산하면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126만 270원이다. 이는 1인 가구 생계비의 81%, 2인 가구 생계비의 45%, 3인 가구 생계비의 37% 수준에 불과하다.

10년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백옥례(40‧서울 개봉동)씨는 고1 아들을 키우는 한부모다. 백씨는 “매달 노인돌봄바우처 일을 27∼36시간, 가사‧간병 서비스를 24시간씩 하고 있다. 최저임금에 준해 시급 6030원을 받는데 월급은 50∼60만원”이라며 “나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인데 지금 같은 최저임금으로는 아이 교육도 제대로 못 시킨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백씨는 “아이가 대학에 가고 싶다며 수학학원에 보내달라고 하는데 ‘기다려보라’는 말 밖에 못하겠더라”며 “최저임금을 올려줘야 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하계투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 노동개악 폐기 등 5대 요구안을 쟁취하기 위해 7월 23일까지 총파업 총력투쟁에 나섰다. 알바노조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위한 1만 시간 단식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정치권의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도 재점화됐다. 최저임금은 노동현안 중 여야 입장차가 별로 크지 않다. 4·13 총선 당시 여야 정당들은 대부분 2020년까지 9000원~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는 2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시민사회나 학계는 최근 3년간 평균 인상률을 감안해봤을 때 내년 최저임금이 6480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최저임금 7000원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부대표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OECD 평균임금, 혹은 중위임금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최저임금 수혜자는 182만 명이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이들이 222만 명이다. 이들 대부분이 청년, 여성, 고령자, 학생, 저학력층이다.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계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여성노동자들에게 더욱 절박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평생 동안 최저임금을 받기 때문이다. 계약직 일자리로 사회에 나온 뒤 임신,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후 시간제나 파견제, 용역직 등 ‘질 나쁜 일자리’에서 저임금에 시달리며 일하는 여성들이 많다.

이정아 이화여대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여성 6명 중 5명은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25세 미만 청년층에게 저임금은 젠더를 불문한 공통의 문제다. 하지만 남성은 청년기가 지나면서 저임금 노동자 수가 줄어드는데 반해 여성 일자리의 저임금화 경향은 20대 초반을 빼면 30대 후반부터 진행된다”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곡선만 M자형이 아니라 저임금 곡선도 꼬리가 긴 M자형”이라고 덧붙였다. 송효원 청년유니온 사무처장도 “노동자 500만 명이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다. 이는 전체 노동자 4명 중 1명, 비정규직 노동자 2명 중 1명꼴이다. 특히 노동시장에 첫 진입하는 단계인 청년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2중3중 차별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김혜진 세종대 경영대 교수는 “자녀 양육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 양육을 위해 노동시장에 나올 수 없는 여성들의 노동이 최저생계비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특히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실제로 일은 하루 8시간을 시키면서도 중간에 휴식시간을 둬서 7시간반 일하는 것처럼 서류를 작성해 결과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분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이 최저임금 준수를 위해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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