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규모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

주최 측 추산 6만5000여 명 운집...참가자들 을지로-퇴계로-소공로 총 2.9km 행진

보수 기독교 단체 등 동성애 반대 ‘맞불 집회’ 열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에 나서고 있다. ⓒ변지은 기자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에 나서고 있다. ⓒ변지은 기자

한국 최대의 성소수자 문화행사인 ‘제17회 퀴어문화축제가’ 1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올해 퀴어문화축제는 ‘퀴어 아이 엠(QUEER I AM)’이라는 슬로건으로 사회 속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 여기에, 우리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아 열렸다.

이날 축제에는 주최 측 추산 6만5000여 명(경찰추산 1만1000명)의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인권 신장을 지지하는 시민 등이 모였다.

축제에는 성소수자 관련 단체뿐 아니라 정당, 구글·러쉬 등 다국적 대기업도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04개 부스를 마련됐다. 미국, 캐나다 등 14개국 대사관도 부스를 열었다.

오후 2시께 시작된 축제 개막 무대에는 최근 커밍아웃한 김보미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을 더불어 다양한 여성 성소수자들이 올라 목소리를 냈다.

김보미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우리가 우리 모습 그대로를 긍정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커밍아웃한 이후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진다"며 "우리가 뭉치면 함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바꿔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무대에 함께 오른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오늘 하루가 즐거운 이유는 성소수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있기 때문”이라며 “일 년 중 단 하루가 아니라 일 년 내내 성소수자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도 공식 부스를 열고 이날 축제에 함께했다. ⓒ변지은 기자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도 공식 부스를 열고 이날 축제에 함께했다. ⓒ변지은 기자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도 공식 부스를 열고 이날 축제에 함께했다.

하늘 성소수자 부모모임 대표는 “국내 청소년 성소수자 두 명 중 한 명이 자살시도를 한다”며 “게이 아들을 둔 엄마로서 너무 마음이 아픈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늘 대표는 이어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 등 일상에서 혐오범죄에 쉽게 노출된다”며 “정부가 더는 성소수자 혐오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정부 차원의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는 오후 4시 30분부터 진행됐다. 퍼레이드는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을지로2가, 회현사거리, 롯데백화점 본점을 지나 서울광장으로 돌아가는 코스였다. 총 2.9㎞로 역대 축제 중 가장 긴 거리였다.

성소수자 부모모임도 ‘성소수자가 행복할 권리는 당신이 행복할 권리와 같습니다’, ‘차별은 나빠요, 혐오를 멈춰요’ 등 구호를 외치며 퍼레이드에 나섰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활동가인 어머니와 함께 왔다는 대학생 권주영 씨는 “아직 많은 사람이 성소수자의 존재를 낯설어하고 경계한다”며 “하지만 퀴어문화축제도 그냥 하나의 축제라고 생각하고 일단 참가해보면 그런 선입견이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 씨는 “나는 성소수자 당사자가 아니지만, 퀴어문화축제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끼려고 매년 축제를 찾고 있다. 주변에서도 해마다 축제를 즐기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이 축제를 재미있게 즐기게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에 나서는 가운데 성소수자 반대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펼치고 있다. ⓒ변지은 기자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에 나서는 가운데 성소수자 반대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펼치고 있다. ⓒ변지은 기자

한편, 같은 시각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보수 기독교 단체 등 동성애 반대 맞불 집회가 펼쳐졌지만 다행히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이날 축제 측과 반대세력의 충돌을 막기 위해 60개 중대, 4800명의 경찰력을 동원했다. 

이날 축제는 오후 7시까지 진행된 뒤 마무리됐다. 올해 축제는 오는 19일 퀴어영화제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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