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0시 33분,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의 남녀공용 화장실에 들어가 있다가 약 30분 후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는 심한 사회적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 사건을 저지른 피의자 김씨는 ‘누가 나를 감시하고 내 뒤를 미행한다, 내 주변에서 도청하고 몰래카메라로 감시한다, 작당해서 나를 못살게 군다, 밥에 독약을 넣었다’는 등의 피해망상증 환자였다.
조현증을 앓고 있는 피의자가 초래한 묻지마 범죄로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경찰은 현재 이 사건을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로 추정하고 피의자 김씨를 검거하고 심리분석가를 동원해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이러는 가운데 몇 가지 의미 있는 부분이 있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외아들로 부모와 거의 대화 없이 지내는 등 가족들과 단절된 생활을 해왔고 청소년기 때부터 앉고 서기를 반복하는 등의 특이 행동을 보이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김씨가 2008년부터는 1년 이상 씻지 않는다거나 노숙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자기 관리 기능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도 거의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초반 프로파일러에의해 분석한 김씨의 상태를 발표한 경찰은 김씨가 중학교 때부터 비공격적인 분열 증세를 보였고, 2008년 조현병 진단 후 6차례 19개월 2주가량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올 1월 마지막 퇴원 후 약을 끊어 증세가 악화해 범행했다고 밝혔다.
결국,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돌봄이나 구성원들의 찬찬한 양육에서 오는 칭찬과 사회생활을 하며 지켜야 할 도리와 규칙을 제대로 훈육 받지 못했다. 또 약을 먹지 않았을 때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는지에 대한 각별한 처리도 없었다는 얘기다.
아이들에게도 인격적인 자신을 받아들이려는 욕구가 있다. 마냥 어리다고만 생각할 일이 아니란 얘기다. 자신이 인격적인 대우를 받았을 때 다른 누군가를 인격적으로 대우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이런 인격적 대우를 어디서 받을까? 우선, 가족 내에서 1차적 신뢰를 주는 부모로부터 가능한 일이다.
이주연 한국보건사회 전문연구원의 ‘OECD 아동복지지표를 통해 본 아동의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OECD 34개국 중 우리나라 15세 청소년의 읽기 성적은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또 수학은 1위였다. 과학은 일본과 핀란드, 에스토니아에 이어 4위에 올랐다.
반면 삶의 질 지표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의 정서 발달에 중요한 요인인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OECD 20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아동이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48분으로, 1시간을 웃도는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짧았다.
20개국 평균은 2시간 30분이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국가는 호주로, 4시간이나 됐다.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2시간 30분 이상인 국가는 호주 외에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스페인, 핀란드, 영국, 이탈리아 등이었다.
2013년 기준 한국의 10대 자살률은 34개 국가 중 8위로, OECD 국가 평균인 5%도 넘어섰다. 이는 아동의 주관적 삶의 질 지표인 삶의 만족도에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부모와의 절대적 만남의 시간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 시간 안에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대화하고 문제를 만나며 갈등을 해석하고 풀어가는 일들이 이뤄져야 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가정이 무너지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는듯해 더욱 맘이 아프다. 부디, 물질적인 풍요와 보이는 현상에 급급하지 말고 내면의 성장을 기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