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를 찾기 위한 테이스팅. 각 음식들의 특성과 와인의 특성을 비교분석하는 작업을 통해 좋은 궁합을 찾아낸다. ⓒ오지현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를 찾기 위한 테이스팅. 각 음식들의 특성과 와인의 특성을 비교분석하는 작업을 통해 좋은 궁합을 찾아낸다. ⓒ오지현

와인과 음식을 함께 매칭하는 것을 마리아주(marriage) 혹은 페어링(pairing) 이라고 한다. 그래서 와인 안주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데 와인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 따로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떡볶이나 김밥 같은 길거리 음식에서부터 스테이크 같은 고급요리까지 무엇이든 궁합만 잘 맞으면 음식도 와인도 더욱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독주와 달리 와인이라는 것 자체가 음식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식사를 더욱 맛있게 하기 위한 보조 역할로 자리매김해왔기 때문이다.

국과 찌개를 한 상에 내어 함께 먹는 우리네 밥상과는 달리 수프를 제외하면 거의 국물이 없는 서양 식탁에서는 와인이 없으면 식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와인이 없는 식사는 태양이 없는 하루와 같다’는 이탈리아 속담도 있다. 거의 15년 넘게 와인과 함께 생활해온 필자에게도 이젠 와인이 없이 스테이크를 먹는다는 것은 정말 어색한 일이 되어버렸다. 반대로 생각지도 않은 좋은 마리아주를 만나면 그리 기쁠 수가 없다.

반면 와인을 자주 접하지 않는 이들에는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매칭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생선에는 화이트와인, 고기에는 레드와인’이라는 일반론에서 벗어나 더 중요한 기본원칙들이 있는데 이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생선이냐 고기이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스이다.

소스가 강하고 묵직하다면 주재료가 생선일지라도 화이트와인보다는 레드와인이 더 어울릴 수 있다. 반대로 주재료가 고기인 경우에도 수육처럼 아주 얇고 양념이 거의 없이 먹는 고기의 경우에는 떫은 맛이 강한 레드와인보다는 오크숙성하여 묵직한 느낌의 화이트와인이 더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2. 고기의 색상과 와인의 색상은 비슷하게 매칭한다고 보면 쉽다.

흰살 고기인 닭, 칠면조, 꿩 등은 일반적으로 화이트와인과 잘 어울리며 돼지, 소, 양고기 등은 레드와인과 잘 어울린다. 그러나 이것 역시 소스가 강하지 않다는 전제이며 소스가 강하고 무거워질 경우에는 역시 흰살코기도 레드와인과 더 어울리게 된다

3. 고기의 두께와 와인의 무게감은 비례한다.

대패삼겹살이나 차돌박이같이 얇은 고기는 떫은 맛이 적고 가벼운 레드와인이 어울리며 두터운 스테이크나 불맛을 입힌 두툼한 바베큐의 경우엔 탄닌감이 강한 레드와인과 함께 먹으면 고기의 단백질을 잘 분해해주어 소화도 잘되고 고기의 지방분으로 레드와인의 떫은 맛도 부드럽게 느껴진다.

4. 생선회는 오크 숙성하지 않은 다소 밋밋한 느낌의 화이트와인과 대부분 잘 맞다.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고 할 지라도 탄닌감 강한 레드와인과 생선회를 같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이 경우 레드와인의 철분이 생선의 비린맛을 도드라지게 하고 와인도 피비린내 같은 느낌이 들게 해 가장 나쁜 조합이 된다. 과실향이 풍부하고 달콤한 맛의 화이트와인도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좀 밋밋한 느낌의 화이트와인은 생선회나 어패류의 비린내를 잘 잡아주고 신선한 맛도 한껏 끌어올려주고 와인도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다. 와인은 소주에는 없는 산도가 있어 와인의 신맛이 어패류의 신선함을 잘 살려주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5. 너무 맵고 짠 음식이나 너무 비린 맛이 강한 음식에는 와인을 매칭하는않는 것이 낫다.  

불닭처럼 매운맛이 모든 다른 맛을 압도하는 경우에는 어떤 와인을 마셔도 밋밋하게 느껴지고 떫은 맛이 강한 레드와인과 마시면 매운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만약 조금이라도 더 맵게 먹고 싶다면 한번 시도해볼 것을 권한다. 간장게장이나 마른 오징어처럼 비린 맛이 강한 경우에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6. 디저트와 와인을 매칭할 경우에는 항상 음식보다 더 달콤한 와인을 선택하면 된다.

와인보다 음식이 더 달콤하면 와인이 밋밋하게 느껴지고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더 달콤하면서도 산도가 높은 와인과 디저트를 함께 먹게 되면 디저트도 와인도 느끼하지 않고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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