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범죄자가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범죄 내용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10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강제추행죄로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치료감호 중인 A씨가 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9명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단지 치료감호를 선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전제하는 것은 치료를 전제로 하는 치료감호제도의 취지와 모순된다”고 봤다. 또 “범행의 정도가 가볍고 재범의 위험성이 크지 않은데 10년 동안 일률적으로 취업제한을 하는 것은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게 아니라, 법조항을 합리적으로 개정해 운영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10년을 상한으로 두고, 법관이 대상자의 취업제한 기간을 개별적으로 심사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헌재의 이번 결정이 불러올 역효과를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사회 분위기, 높은 재범률에 대한 고려 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4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상 정보 등록 대상자 동향’을 보면 강간(34.9%), 강제 추행(48.4%), 성 매수(57.4%), 성매매 강요(44.7%) 등은 범죄자 절반 안팎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성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 자가 재범한 경우는 15.1%, 기타 전과를 지닌 자가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44.1%나 됐다. (관련기사 : 아동·청소년 성범죄 느는데… 가해자 절반 감옥 안 가)
한편, 헌재는 지난달 성인대상 성범죄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10년간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