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식 없으면
복지공동체 불가능…
과감한 사회복지로
사회 활력 되살려야”
이순자(55)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만난 날은 때마침 ‘장애인의 날(20일)’이었다.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마주앉은 그는 “서울시가 학령기 이후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해 노원구와 은평구에 설치한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를 설치해 장애인 부모들의 호응이 높다”며 “요즘 일부 지역에서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님비 현상이 보여 안타깝다. 20대 총선에선 장애인 비례대표 전통도 사라졌더라. 장애인을 대변할 정치인이 없으니 입법이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된다”고 했다.
복지 전문가인 그는 요즘도 개인 메일로 사회복지센터들의 SOS를 받는다고 했다. 한정된 예산 탓에 긴급 자금을 호소하는 그들을 돕지 못한 채 속앓이만 열심히 들어주고 있다. 이 위원장은 “건설 분야는 많은 국가 예산이 집행되는데 반해 복지 예산은 매칭 펀드라 아쉬움이 크다”며 “복지공동체를 만들려면 정부가 탁상공론만 하지 말고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최근 ‘사람 중심의 복지국가’를 제안하는 『더불어 가야 할 그 길에』(국제커뮤니케이션)를 냈다. 출판기념회는 27일 오후 4시반 서울시청 신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이 위원장은 “모래알처럼 흩어지지 말고 연대의식을 갖고 함께 길을 걷자는 의미로 책을 썼다”며 “복지를 시혜로 보면 안 된다. 공공복지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세금 증세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경제 성공의 해법이 복지에 있다는 핵심 철학이 설득력 있게 설명돼 있다. 또 아동학대, 노인복지, 메르스 사태를 통한 교훈, 다음세대를 위한 조언, 한국형 복지를 위한 발전 방향과 대안이 잘 녹아 있다.
서울시의 복지 지표가 어떻게 변화됐는지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이 위원장은 “보수층 대변자인 오세훈 전 시장과 서민층 대변자인 박원순 시장을 비교해 보면서 정치권의 복지 정책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바로미터를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을 3만 달러로 끌어올리려면 국민의 소비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경제체제와 복지체제 구성이 필요합니다. 선진복지 국가가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기업 혁신을 통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하는 양상은 한국과 비슷해요. 그러나 한국사회가 가지 못한 길이 있습니다. 바로 사회복지 정책과 사회보장 제도 수립을 통한 복지국가 건설입니다.”
이 위원장은 “선진복지 국가들은 우리보다 더 낮은 수준의 국내총생산(GDP)에서도 복지국가 형성을 위해 과감한 복지 정책을 시행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가를 보더라도 복지 예산을 전체 GDP의 20% 넘게 배정하고 있는 국가들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사회 전반적인 생산력과 소비력을 늘려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이상 과거의 경제성장 이론에 발목이 묶여선 안 되며, 사회 전반의 활력과 활기를 찾으려면 과감한 사회복지 정책과 사회보장 제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러면서도 “경제 성장에 대한 맹신은 버릴 때가 됐다”며 “국가의 생산력과 소비력을 균형 있게 지탱해주고 사회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 그 해답은 복지 국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대책에 대해선 칼훈 박사의 쥐 실험을 인용해 효과적인 대안을 내놨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개조해야 한다는 일침이다. 수도권 경제 집중을 분산해야 하고, 중산층에게도 몫이 돌아갈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이 확보돼야 하며, 함께 살 수 있는 사회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사회·경제정책 전반을 손보지 않으면 대한민국 자체가 자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칼훈 박사의 연구를 보면 쥐들이 필요한 식량과 물 등을 모두 공급했지만 약육강식 속에서 자멸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한국이 행복 국가를 지향하려면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을 사회 공동체를 통해 구성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회 공동체에 대한 믿음과 연대, 가치의 공유가 없다면 그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은 불가능해요.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 공동체를 만들지 않으면 풍요로움 속에 지옥이라는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훈련을 통해 정치를 배운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삶에서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질을 체득해온”(이미경 더민주 의원의 평가) 생활정치인이다. 이 위원장은 “사회복지사로 직접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 현장의 속사정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2012년 4월 은평구 제1선거구 보궐선거로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입성했고,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9대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보궐로 들어온 ‘반쪽짜리 의원’이 상임위 위원장을 맡은 데는 의정활동 역량뿐 아니라 청렴도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월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가 주관하는 ‘2015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