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아침 9시, 서울 망원역 인근 손혜원 후보(더불어민주당)의 선거사무소에는 정청래 의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치 동료이자 마포을 지역구 후계자로 손 후보를 선택한 정 의원은 아침 일찍 사무실에서 선거운동 일정을 논의 후 유세를 위해 먼저 사무실을 나섰다.
30분 후 사무실로 들어서는 손혜원 후보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유세 마지막날 새벽부터 출근길과 학교 앞에서 인사를 마친 직후임에도 피로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선거 전날 아침 소감이 어떤지 묻자 “모든 것은 운명에 달렸다. 저는 최선을 다했다”고 대답하는 손 후보의 표정은 금세 차분해졌다.
손혜원 후보는 당의 홍보위원장을 맡으면서 비례대표 1번 자리에 낙점됐으나 이를 고사하고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종인 대표가 만류했으나 정청래 의원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마포을 출마를 결심했다는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정청래 의원으로서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해도 당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당의 선거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고 헌신하기로 했다. 그 모습에 감동해 손 후보가 나선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손 후보에 대해 이런 의리 뿐만 아니라 추진력과 열정, 창의성을 강점으로 꼽았다. 특히 선거캠프에서 일을 돕던 김영미 마포구의원은 “손 후보는 주변에 에너지와 즐거운 기운을 주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손 후보는 핵심 공약을 묻는 기자에게 “마포지역의 가치를 높여 지역과 민생 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겠다”고 말했다. “(브랜드 디자이너와 기업가 출신으로서) 사람들을 설득시켜 물건을 사게 하는 일과, 사람들이 마포에 와서 돈을 쓰게 하는 일은 같은 맥락”이라며 이를 위해 마포의 가치를 찾아내고 마포를 값어치 있게 만드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땅을 파헤치고 건물을 세우고 도로를 늘리는 공약은 어디서든,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마포에는 다른 지역에서 흉내낼 수 없는 오래된 문화적 가치가 많다. 이를 보존하면서 더 큰 가치로 만들겠다"며 전략을 소개했다.
그 예로 “연남동에 30년 넘은 중국집들이 즐비한데, 옛날에 화교가 많이 살았기 때문이다. 또 옛날 이발관들도 많이 남아있다. 도심임에도 과거 문화와 풍경이 남아있는데, 이들 중국집 사장이나 이발사들이 바로 장인들”이라고 손 후보는 해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마포 관광지도를 다시 만들어 지역관광의 품격과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마포를 찾는 관광객은 면세점 쇼핑을 위해 잠깐 들렀다가는 정도다. 마포가 가진 우리 문화의 가치를 경험하고 기꺼이 돈을 쓰게 하고 싶다”는 게 그가 바라는 마포의 미래다.
손 후보는 처음처럼, 참이슬, 트롬, 딤채, 엔제리너스, 이니스프리, 정관장, 쿠첸 등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었으며 디자인 및 네이밍회사 크로스포인트를 설립해 대표를 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