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세상이 그렇듯. 그런데 특별히 어떤 노래는 매우 위험하고 나쁘다. 왜냐하면 그 노래는 유치원에 가기도 전에 가장 먼저 부르는 동요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인데, 가사가 참 고약하다. 하지만 그걸 트집 잡는 이 별로 못 봤다. 바로 ‘뽀뽀뽀’라는 동요다.
가사 내용은 동요답게(?) 아주 간결하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뭐가 어때서? 아니다. 고약한 노래다. 적어도 이 노래에서 아빠는 출근하는 사람이고 엄마는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2절에서 엄마가 출근하고 아빠가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그런 가사도 없다. 최소한의 균형감도 없다. 이 노래를 만든 지가 이미 30년이 넘었고 만든 이가 남자라서 그렇다 쳐도 1980년대면 이미 남녀평등은 보편적 시대정신이었다. 부적절한 가사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배우는 노래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이 노래는 아이들에게 ‘성역할 고정론’을 심어주기에 딱 맞다.
인류의 긴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된 불평등은 바로 성불평등성이다. 극히 제한적인 모계사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남성우월적인 지배체제의 사회구조였다. 왜 그럴까? 나는 그게 대단한 게 아니라 단지 근육의 크기 때문이라고 본다. 남성의 근육은 여성에 비해 큰 근육이다. 예전에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으로부터 방어하는 것과 노동해서 생산하는 것이었다. 전쟁도, 노동도 근육의 크기가 중요하다. 당연히 그 역할을 남성이 맡았다.
그뿐이다. 남성이 더 똑똑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논리적이고 구성적인 사유체계를 가져서도 아니다. 어떤 이는 여성 과학자나 철학자가 별로 없는 걸 증거랍시고 내미는데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말은 뻔뻔한 변명이고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종교를 가진 이들은 여러 종교적 경전에서 신이 남성에게 지배권을 줬다며 ‘창세기’를 보라고 한다. 여자인 하와(이브)는 남자의 갈비뼈 하나를 뽑아 만들었으니 그렇단다. 여성은 기껏해야 남자의 일부에서 빚어진 것일 뿐이니 결코 남성과 동등할 수 없다는 거다. 웃기는 말이다. 창세기의 그 대목은 그저 성서를 남성들이 기록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을 거치면서 더 이상 노동이 근육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성해방을 점진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근육노동이 아니라 정신노동에 의해 많은 가치가 생산되는 시대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다. 그런데 여전히 거의 모든 권력과 재력을 남성들이 독점하고 있다. 그게 당연한 거라고 여긴다.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다.
너무 익숙해서 뭐가 잘못되었는지조차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게 너무 많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세 눈치 채고 고칠 수 있는데 그렇게 살아오고 그런 식으로 배워서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 어찌 21세기를 살아갈까. 자전거나 자동차가 앞뒤 바퀴가 조화롭게 회전해야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여성해방이나 페미니즘이란 말에 낯부터 찡그리는 이들 많다. 그래야 한다. 이상하게 들리는가? 휴머니즘이다. 그게 맞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남성도, 여성도 마찬가지다. 이미 21세기가 아닌가. 낡은 틀을 먼저 깨는 사람이 미래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