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 아동학대 사건, 더 끔찍하게는 아동 시신유기 사건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올 들어 경기도 광주, 대구, 부천, 평택, 청주 등에서 아동학대로 사망한 채 발견된 아동이 8명에 이른다. 왜 2016년 들어와서 아동학대 사건이 빈번히 보도되는가? 지난해 12월 12일 인천의 빌라에 감금된 11살 소녀가 아버지의 학대와 굶주림을 피해 맨발로 탈출하면서 각 시도 교육청과 지원청을 중심으로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에 따른 경찰의 수사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최근 평택에서 학대를 당하다 사망한 아동의 이름을 붙여 보도한 올해 3월 8일부터 현장 검증이 있었던 14일까지 7개 방송사 메인뉴스를 모니터링해 발표한 바 있다. 민우회는 지나치게 상세한 사건 내용 보도, 시민들의 분노를 부추기는 자극적인 영상 구성, 계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재생산 등 3가지를 문제점으로 꼽았는데, 이러한 보도 문제는 비단 방송사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아동학대의 선정적인 현상 보도보다는 학대를 근절하고 예방할 수 있는 대책 중심의 심층적인 보도가 안 되고 있는 점일 것이다.
사실 아동학대는 전형적인 가정폭력의 하나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순환성과 폭력의 형태가 너무나 많고 서로 다른 형태의 다양성, 그리고 형태는 다르지만 계층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존재할 수 있는 편재성 등을 갖고 있다. 이제 폭력은 가정 안에서든 밖에서든 구분 없이 공공영역의 일환으로 취급되고 있다. 폭력과 관련해서는 이제 가정이 사적 영역이 될 수 없음이 세계적인 추세다. 사랑의 매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매를 들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사랑으로 훈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정부는 2년 전 아동학대예방종합대책을 발표하고도 손 놓고 있다 최근 아동학대 사망사건 보도가 쏟아진 이후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부랴부랴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너무 졸속적이다. 실효성 있는 지속적인 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의무교육 대상자가 아닌 고등학생은 학대예방 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다.
그리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협력체계 구축이 부실하며,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쉼터와 치료 지원도 상당히 부족하다. 게다가 학대가족에 대한 처벌도 너무 관대하다. 그리나 무엇보다도 학대아동과 가해자인 가족에 대한 의무보호서비스(protective services) 전달체계의 제도화가 전혀 준비되고 있지 않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시급히 이러한 여러 방안을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상설 컨트롤타워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설립해 일을 과단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 길만이 무참히 학대당하고 살해당한 아동들이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해주고, 가정에서 사랑받으면서 자라날 수 있게 해달라는 간절한 ‘시그널’에 대한 뒤늦은 부끄러운 우리 사회 어른들의 응답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