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등 인성교육 중요
“사람의 품격 높여야”
사람의 품격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인품(人品)인데, 왠지 품격이라는 말이 멋져 보인다. 그만큼 지위에 걸맞게 격식을 지키며 존경받는 사람이 드물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한 인간이 제대로 성장해서 수신하고 가정을 꾸리고, 나름대로 성공한 삶으로 인정받으며 일생을 마무리하기가 어디 쉬운가. 내면이야 어찌 되었든 외형적 성공 가도를 달리던 명사들이 과욕 아니면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끝 모르게 추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어수룩한 구석 한 점 없이, 모든 게 공개되는 사회라 그런지도 모른다. 하물며, 공자님 같은 성현 군자도 요즘 시대에 살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걱정스럽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속으론 모두 반문할 것이다. ‘내 삶이 어때서’라고. 하지만 우리 모두 그리 당당할지는 의문이다. 시대가 사람을 힘든 시련에 들게 하고 그런 상황을 헤쳐 나가는 현실에 부닥치다 보니 누구나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치부할 수도 있다. 타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남의 눈이나 인정 여부를 떠나 추상같이 자신의 도덕적 삶을 고집해 온 선현들의 일화를 접할 때 종교인은 차치하고, 생활인들이 따라 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어렵기 때문에 그런 삶을 존경하고 가치를 인정하고, 그런 분들이 저변을 받치기에 사회는 발전하고 있다.
근래에 인문학 붐이 일어 인간 본성에 접근하는 강좌가 성행하고 사회도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간의 교육에 대한 반성이라고도 보인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고 여겨지면서도 한 때의 유행이 되지 않도록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때다 하고 대학마다 유사한 인문학 강좌를 만들고 미디어는 한술 더 뜬다. 그러다 보니 벌써 식상해 하는 현상도 보인다.
나의 경우 지금 보면 인문학인 사서(四書)를 한참 늦은 대학 초반에 학교수업을 통해 접했다. 산골에서 자라 일찍 인문학에 접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늦게나마 익힌 논어와 중용 등이 지금도 고비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 사람의 품격을 논하다가 무슨 인문학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한 권의 책이 수 천 년 동안 읽히며 고전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아서이고, 직접체험을 통한 배움에는 한계가 있어, 고전이 된 인문학 서적을 통해 간접적으로 위인들의 삶을 배운다.
어린 시절 총기 있을 때, 인문학의 효용을 알려주는 스승과 공부기회를 얻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여러 차례 인문학의 중요성을 얘기하며, 한자 교육의 필요성에 더해, 천자문이나 소학, 사서 등 삶의 지혜를 다룬 책들을 고루한 유교 타령으로 치부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배울 기회를 주라는 것이다. 그 유용성과 필요성을 설명해 주고 선택은 자율에 맡기면 된다. 입시지옥에다 남들은 학원에서 선행학습까지 하는데 무슨 한가한 얘기냐고 할 수 있다. 졸업하면 선량한 시민으로 사회생활을 함에 지장이 없도록 가르치는 게 미국 고등학교 교육의 목표라는 말이 귓전을 때린다. 우리 고교의 교육목표는 무엇인지 반문해 보고 싶다.
어려운 방향으로 흘렀는데, 결국 인성교육의 필요성으로 귀결된다. 산업화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양성을 위해 무분별하게 경쟁을 통한 효율을 추구하다 보니 인성교육이 소홀해 편법과 요령 주의가 맹위를 떨치지만, 품격 있는 삶을 고민하며 추구할 때 수치에 의한 경쟁 만능의 각박함을 벗어나 조금은 여유롭고 성숙한 사회가 앞당겨 지리라 생각한다.
바쁜 일정에 매주 한편이라는 글이 부담스러울 텐데, 20회쯤에서 마무리하는 게 어떻겠냐는 편집자의 연락을 받았다. 불감청에 고소원이다. 어쩌면 주제가 당부지만, 늘 교훈적인 얘기만 할 수도 없어 제주생활과 여러 단상을 부족한 필력으로 선보였다. 관심을 가지고 읽어 주신 독자들의 건승과 새로운 채움으로 성숙한 글을 약속하며, 졸고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