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시 고삼면 쌍지리에서 청년회 주관으로 한해의 소망을 염원하는 달집 태우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경기 안성시 고삼면 쌍지리에서 청년회 주관으로 한해의 소망을 염원하는 달집 태우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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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여성신문

오늘은 정월대보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공동체 식구들은 4월에 있을 정기공연 연습을 마치고 나서 오곡밥과 아홉 가지 나물을 해서 나눠먹었다. 공동체 식구들은 설이나 추석은 각자 집으로 가 지내지만 정월대보름만큼은 반드시 공동체 식구들이 모두 모여 지낸다.

어렸을 때도 설날이나 추석은 멀리 떨어져 살던 친‧인척들이 모여 함께 지냈다. 그러나 정월대보름은 달랐다. 정월대보름은 이웃들과 함께 지냈다.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저녁이면 우리 동네 골목에는 갖가지 나물 볶는 냄새와 구수한 오곡밥 냄새가 퍼졌다. 음식이 다 만들어지면 우리는 아홉 가지 나물과 오곡밥이 정성스럽게 담긴 채반을 들고 이 집 저 집 심부름을 다녔다.

그렇게 심부름을 다녀오고 나면 우리 집 밥상에도 다른 집에서 가져온 나물과 오곡밥이 수북이 쌓였다. 오곡밥에 나물을 먹고 나면 동네 오빠들을 따라 들이나 냇가 옆 공터로 나가 쥐불놀이를 했다. 오빠들은 내게 구멍 뚫린 깡통에 잔 나뭇가지를 넣고 불을 붙인 신기한 물건을 끝내 손에 쥐어주지 않았지만 옆에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나고 설렜다. 정월대보름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말에 잠을 자지 않으려 애를 썼다. 아침에 눈을 뜨면 거울로 눈썹을 확인하고는, 어머니가 머리맡에 준비해두었던 부럼을 깨물며 골목으로 달려 나가 누구에게든 더위를 팔았다.

어린 시절 우리 동네 골목에는 농사를 짓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지만 정월대보름은 동네 사람들이 다 같이 한 해의 태평과 건강을 비는 날이었다. 그래서 정월대보름은 내 기억 속에 공동체의 기억으로 남았다.

20대 때 전남 해안가의 한 마을에서 정월대보름을 보낸 적이 있다. 이른 새벽 마을의 공동 우물에 가서 제사를 지낸 뒤 온 마을을 돌며 지신밟기를 하면서 마을공동체의 평화를 빌고, 고싸움과 줄다리기를 하면서는 한 해 농사의 풍요를 빌었다. 정월대보름 행사는 이틀 동안 이어졌다.

“설은 나가서 쇠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는 속담을 이해한 게 그때였다. 한 해 농사가 시작되는 정월대보름만큼은 외지에 나갔던 이들도 마을로 돌아와 일년 농사를 함께 준비하고 그 해의 풍년과 안녕을 함께 빌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더는 농경사회가 아니지만 가족과 이웃의 평화와 건강을 비는 정월대보름의 고갱이는 기억해 왔다.

14년차 농부인 남편도 정월대보름이 지나면 한 해 농사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 마을에는 정월대보름 기념 척사대회 정도를 빼고는 옛날 풍습이 남아 있지 않다. 한 해 농사도 각자 준비한다. 우리는 5년 전, 논농사로는 빚도 가리기 어려워 정부의 권유로 포도 농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요즘 다시 포도 나무를 베면 보상금을 준다며 폐농을 권유하고 있다.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문이다. 어쩌면 머지않아 논농사마저 포기하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농사를 포기할 수 없다. 우리가 농사를 시작한 것은 우리의 삶과 미래를 지속하기 위해서였다. 상생과 공생의 길이 농사에서 시작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도시 사람들도 아직 정월대보름의 풍습을 잊지 않는 까닭은 아마도 우리 모두의 기억 안에 남아 있는 공동체의 그리움 때문인지 모른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에게도 정월대보름의 고갱이, 한 해의 평화와 풍요, 공동체의 안녕을 바라던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구름에 가린 보름달을 보며 빈다. 올해는 나물과 오곡밥을 나누듯 서로의 아픔과 슬픔을 나누고, 함께 살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기를, 농부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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