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여성 참정권 허용 발표 이후 첫 선거 세계적 화제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건국 83년만에 첫 여성 선출직을 배출했다.
13일(현지시간) 제3회 사우디 지방선거관리위원회와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잠정 개표 결과 메카주(州)의 북쪽 마드라카 선거구에서 살마 빈트 히자브 알오테이비가 여성 후보로서는 처음 당선됐다. 알오테이비는 남성 후보 7명과 여성 후보 2명을 제쳤다.
이번 사우디 지방선거는 여성에게 처음으로 참정권을 부여해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전체 후보 6917명 중 여성 후보는 979명이었다. 284개 지방의회 의원 3159명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2106명이 직접 투표로 선출한다. 여성 유권자 등록 수는 13만637명으로 남성(135만5840명)의 10분의 1에 그쳤다.
사비크온라인은 알오테이비 외에도 메카주의 제다에서 루마 알술라이만, 라샤 히프드힘 등 여성 후보 2명도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역사적으로 사우디에선 여성의 정치 참여가 금지돼 왔다. 하지만 지난 1월 서거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전 국왕이 2011년 여성 참정권 부여를 발표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당시 압둘라 전 국왕의 여성 참정권 발표는 여성 운전 금지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을 회피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전제군주제 국가인 사우디에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존재하지 않으며 2005년 처음으로 지방의회 선거가 시작됐다. 이번 선거부터 여성들은 투표권뿐만 아니라 피선거권도 가졌다. 사우디 당국은 여성 유권자와 후보자의 등록을 위해 여성 공무원으로 이뤄진 등록사무소를 별도로 설치했으며 총 1263개 투표소 중 424곳을 여성 전용 투표소로 운영할 예정이다.
선거 참여라는 중요한 첫걸음을 시작했지만 사우디가 양성평등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지난해 유엔 보고서에 사우디의 양성평등 지수는 140개국 중 136위를 차지했다. 특히 여성 단독의 외출이나 여행을 금지하는 ‘남성후견인’ 제도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여성들은 남성 후견인의 허락 없이는 고등교육도 받을 수 없으며 한때 국제적 이슈가 됐던 여성 운전도 여전히 금지된 상태다. 따라서 투표할 자격을 얻었지만 투표소까지 가는 일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리야드에서 유권자 등록을 마쳤다고 밝힌 사우디의 블로거 이만 알 나프얀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참여는 긍정적인 변화지만 교통수단과 같은 여성의 참여를 막는 더 큰 장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에서 유명한 사업가인 알 사디는 유권자 등록 후 “우리는 이제 고작 시작점에 서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강경 보수파들의 공격도 만만치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보수적인 사용자들이 ‘여성 의원 선출의 위험’이란 의미의 해시태그를 사용해 여성 선거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퍼뜨려 비난을 받았다.
국제인권기구 휴먼라이츠워치는 사우디 사회의 변화에 대해 ‘중요한 일보 전진’이라 평가하면서도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허용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남성후견인 제도를 폐지하고 사우디 여성들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