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주최 ‘한국30%클럽 콘퍼런스’

7개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 “30% 약속”

CEO 의지·제도·조직문화 뒷받침돼야

 

11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 30%클럽 콘퍼런스’에서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기업의 여성 인재 현황과 육성 방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1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 30%클럽 콘퍼런스’에서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기업의 여성 인재 현황과 육성 방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7개 주요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여성 임원 확대는 기업의 지속가능을 위한 선택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며 여성 임원 비율 30%를 넘어 50%로 점차 늘리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성별 다양성에 가치를 두고 인재를 발굴, 양성하는 것이야말로 결국 소비자의 신뢰와 시장 경쟁력을 얻는 해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11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 30%클럽 콘퍼런스’는 여성 임원 비율 30%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를 실현해나갈지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미래포럼은 2013년부터 30%클럽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30%클럽은 기업의 의사 결정에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려면 임원의 30%는 여성이 돼야 한다는 민간기업의 자발적 운동으로 2010년 영국에서 시작돼 10여개국으로 확산됐다. 2014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여성 임원 30% 목표를 공언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10년 안에 여성 임원 30% 달성을 공표한 이후, 이듬해 3월 풀무원 남승우 총괄사장이 2020년까지 상위직 여성 비율을 30%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연이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여성 임원 30% 확대를 선언했다. 지난 6월에는 샘표, 라이나생명, 유니베라, 유한킴벌리, 풀무원의 최고경영자(CEO)가 한자리에 모여 30%클럽 이니셔티브를 지지하는 CEO 플랫폼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콘퍼런스는 라이나생명, 롯데그룹, 삼성전자, 샘표식품, 유한킴벌리, 풀무원, 한국IBM 등 7개 기업 인사담당 임원들이 기업의 여성 임원 현황과 그동안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여성 직원과 임원 비율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과는 CEO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이명희 풀무원 실장은 “2013년 말 남승우 총괄사장이 여성 임원 30% 달성을 천명했고 지난 2월 인사위원회에서 확정됐으며 이를 통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뒤를 이었다”고 설명했다.

강민호 롯데그룹 상무는 “신동빈 회장은 그룹사 여성 상품 기획개발 회의에 참석했다가 참석자 중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을  보고난 뒤 여성 임원 30% 달성을 선언한 것”이라며 “여성 임원 확보를 위한 인력 풀(pool)을 구성하기 위해 신규 채용에서부터 여성을 30% 이상 뽑고 있다”고 밝혔다.

CEO의 의지가 기업 내부 제도와 문화에 녹아들 수 있도록 여성을 채용하고 육성하는 시스템 구축도 매우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전자업계에선 처음으로 1993년 대졸 여성 공채를 시작했다. 최근엔 공채 출신 임원이 속속 등장하며 여성 인재 육성정책에 성과를 내고 있다.

이영순 삼성전자 상무는 “선대 회장뿐 아니라 현 회장도 여성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면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인 손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할 정도로 여성 인재 육성에 관심이 높다”며 “과거엔 여성 임원은 외부 영입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내부 승진이 늘고, 고졸 생산직 출신의 여성 임원이 배출되는 등 앞으로 다양한 배경의 여성 임원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샘표는 전체 임직원의 45%가 여성이며, 생산직을 제외하면 55%가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또 최근 5년간 공채 합격자 중 78%는 여성이며 여성 임원이 27%에 달한다. 김서인 샘표 이사는 “성별 구분 없이 채용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인력이 늘어났다”며 “현재 사원급은 여성은 68%, 대리급은 55%이기 때문에 10년 내 여성 임원이 50%를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나생명의 경우, 이미 여성 임원 30%를 넘어 10월 말 현재 35%를 기록했다. 전체 직원 중 여성 인력 비율도 52%에 달한다. 한준기 라이나생명 전무는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용감하며 다양성에 대해 더 개방돼 있어 새로운 직원을 뽑을 때도 다양성에 가치를 두게 된다”며 “조직문화가 평등하고 부드럽다 보니 이러한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등하고 유연한 조직문화는 여성 인재가 출산이나 육아를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막는 울타리가 된다. 강혜진 한국IMB 상무는 “육아휴직자 중 19%가 남성이며 직장 어린이집 5개를 운영하면서 남성 직원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는 경우가 보편적인 일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IBM이 18년 전부터 여성 임직원들이 네트워킹의 장인 여성위원회를 운영하는 것도 유연하고 평등한 조직문화가 뿌리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최호연 유한킴벌리 전무는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다른 조직으로 발령 내 인력 공백을 줄이고 육아휴직 사용에 부담을 느끼지 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여성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여성위원회를 회사 차원에서 지원해 여성들이 역량을 높이고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자동육아휴직제, 삼성전자는 난임휴직제를 도입해 여성 인재의 퇴사를 막는다. 이날 모인 7개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한목소리로 여성 임원 30% 달성에 적극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축사를 보내 “고위관리직의 성별 다양성은 기업의 역동성과 혁신의 원천”이라며 “CEO, COO(최고운영책임자), 기타 재무관리 및 기획전략 부서 등 소위 전선 부서(front office)에 여성 비율이 높을수록 주식시장의 회사 실적이 좋아지는 결과가 나온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고위관리직 여성들의 수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기업과 산업 최고 경영진에 여성 대표성이 심각하게 낮은 상황”이라고 우려하며 “여성들은 정부에서 사회, 가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동등하게 권력을 나눠 가질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마리안 담하우그 주한 노르웨이대사관 부대사는 “노르웨이 기업 이사진 여성 비율이 40%로 증가한 것은 여성 할당제의 효과”라며 “이러한 변화가 기업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 결정적인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인적자원의 절반이 아닌 전부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조형 미래포럼 이사장은 “호주제 폐지로 양성평등의 근거가 마련됐으나 10년이 되도록 양성평등지수는 세계 최하위권”이라며 “이러한 결과는 한국 경제사회에 지속가능 발전에 켜진 위험신호이자 경고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이사장은 “더 많은 고객 신뢰와 경쟁력을 원한다면 성별 다양성 가치를 수용하고 인재 양성 배치에 있어 새로운 사회적 기술을 도입하는 게 최우선 가치일 것”이라며 “한국30%클럽은 성별 다양성 증대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김영란 전 대법관은 “우리나라 문제로 꼽히는 획일주의, 집단주의, 권위주의를 깨는 것은 다양성, 이질성, 개별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키워가는 것”이라며 “바로 여성 임원을 30% 두는 것 그 자체가 다양성과 이질성을 심는 것이며 개별성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법관은 캐나다의 동수 내각을 예로 들며 “30%클럽은 많이 부족하다. 50%클럽으로 이름이 바뀌는 순간이 오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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