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로 부인과 아이 잃은 안성우씨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와 자전거로 항의 행동 나서

 

5일 경기 수원시 롯데마트 영통점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경기·수원환경운동연합, 피해자 가족모임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찾기 캠페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5일 경기 수원시 롯데마트 영통점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경기·수원환경운동연합, 피해자 가족모임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찾기 캠페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자살하려고 구매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죽이려고 구매하지 않았다. 이렇게 치명적인 제품을 판매하고도 잘못이 없다니? 기업은 안전하다고 판매하여 놓고 사용자에게 잘못 사용했다고 한다. 내가 뭘 잘못 사용했나?”

지금까지 확인된 530명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특히 143명의 사망피해자를 대표해 부인과 태아를 잃고 첫째 아이도 폐 질환을 앓고 있는 안성우(39)씨가 16일부터 26일까지 관련 기업 구속처벌을 촉구하는 전국 도보와 자전거 항의 행동에 나선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주최하고 환경운동연합이 지원하는 이번 도보·자전거 항의는 지난달 27일부터 2주간 진행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찾기 전국순회 환경캠페인’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안성우씨가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는 유럽에서 살균제 원료를 수입해 인터넷으로만 판매한 ‘세퓨 가습기살균제’라는 제품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세퓨제품 사용자는 41명이며, 그중 사망자가 14명으로 사망률이 34.1%에 이른다. 세퓨를 수입해 판매한 회사는 사건 후 폐업하여 피해자들은 피해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정부의 등급구분으로 피해지원에서 제외된 3~4등급 피해자들이 함께한다. 안성우씨의 경우 사망한 부인사례와 환자 아들은 1등급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사건 초기부터 문제 해결과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 부산부터 서울까지 동행한다.

각 도시의 시내구간은 도보로 이동하며 지방검찰청을 방문해 지역 피해자 이름으로 제조사 처벌을 요구하는 민원을 접수한다.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대형마트 앞에서는 제조사 책임촉구 및 피해자 찾기 환경캠페인을 전개한다. 도시와 도시 사이의 구간은 자전거로 이동한다.

안성우씨가 살고 있는 부산에서 출발해 울산, 대구, 대전, 세종시, 수원, 인천, 서울 등 대도시를 거치면서 환경캠페인을 진행하고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 여의도 본사 앞에서 24시간 항의농성을 한 뒤,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검에 제조사 살인처벌을 요구하는 추가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부산·서울 항의행동에 나서며-안성우

벌써 5년이 다되어 간다.

아직도 생생하다.

소중한 사람이 아파하기 시작한 날이, 정말 순식간이었다. 갑자기 호흡곤란이 왔다.

징후도 없었다. 그냥 나를 부르는 소리에 나가보니 숨을 거칠게 쉬고 있었다.

말을 하지 못한다.

집에서 호흡곤란으로 구급차로 병원에 간지 일주 만에 그렇게 내 눈 앞에서 눈을 감았다.

뱃속의 아이마저도 구하지 못했다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마지막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밖에 없었다..

그저 지나가는 의사 와 간호사만 보였다.

뭐라도 말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아무도 말이 없었다. 원인을 모르겠다는 말과 폐가 기능을 완전히 상실 했다는 그 말만이 기억날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살아야 하니까. 남기고 간 아들이 있으니까.

헌데 어느 날 갑자기 산모들이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뉴스를 봤다.

뭐지?

나의 아내와 증상이 비슷하다.

그렇게 흘려 보냈다.

뉴스에 나온다,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이라고.

사용자는 신고 하란다.

뒤졌다. 주방에서 살균제가 보였다.

평소에 비염이 있어 아내를 위해 사다 준 그 물건이…

비참했다.

죽고 싶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분명히 안전하다고 했다.

기업에서 안전하다고 했다.

정부에서 이상 없으니 판매하라고 했다.

헌데 사람이 죽었다.

그 누구도 아닌 내 가족이 내 아내가 아이의 엄마가…

이제는 볼 수가 없다.

목소리도 얼굴도 어떤 것 도 그냥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이 없다.

사용자가 잘못이라 한다.

알아서 하라고 한다.

기업이 국가가 안전하다고 했다.

헌데 사람이 죽었다.

그래도 안전하다고 한다.

사용자가 잘못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 결국 내가 잘못했다.

국가를 믿은 기업을 믿은 내가 잘못했다.

주변에서 얘기한다.

이건 분명히 기업에게 책임이 있다.

금방 해결 될 거다.

하지만 5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는다.

기업은 잘못이 없다 한다.

법이 없었다.

지금도 없다.

정부도 잘못이 없다 한다.

정부에서 승인했음에도 법이 없다.

가해자가 없다.

어떻게 가해자 없을 수 있나?

왜 법이 없나?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사망하게 하면 법으로 당연히 처벌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하라고 되어있다.

자살하려고 구매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죽이려고 구매하지 않았다.

이렇게 치명적인 제품을 판매하고도 잘못이 없다니?

기업은 안전하다고 판매하여 놓고 사용자에게 잘못 사용했다고 한다.

내가 뭘 잘못 사용했나?

어디에도 가습기에 넣어 사용하면 폐질환에 걸리거나 사망한다는 문구가 없다.

안전하다고 되어있다.

가해기업은 잘못을 사과하지도 않고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내가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돈으로 살균제를 판매하여 사람을 죽인 돈으로 그렇게 피해자들에게 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가해기업은 절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잊혀질 때까지 피해자들이 포기 할 때까지 법적 대응으로 무마 하려고 할 것이다.

나는 얘기하고 싶다.

가해기업을 처벌해 달라고, 정부를 처벌해 달라고

힘없는 피해자를 더 이상 비참하게 만들지 말라고.

정부가 나서달라고 정부는 잘못을 책임지고 가해기업을 처벌하고 정부 또한 책임을 지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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