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임·클라라·에이미 사태로 본 언론의 여성 연예인 성(性)상품화

“여성 연예인은 몸매, 남성 연예인은 반성하는 모습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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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선처호소 에이미, 과거 비키니 화보 새삼 화제’

여성 연예인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새삼 화제’가 되는 것이 있다. 바로 해당 연예인의 ‘터질듯 한 볼륨감’이다. 이태임, 클라라, 에이미는 올해 논란에 휘말렸던 여성 연예인들이다. 그러나 언론은 사건의 본질보단 이들의 과거 비키니 화보를 보도하느라 바빴다. 전문가들은 여성 연예인의 성(性)상품화는 기사의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과열경쟁의 부작용인 동시에 여성과 남성 사이의 위계질서에 대한 반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방송인 에이미는 향정신성의약품의 불법 복용으로 한국에서 출국명령이 떨어진 상태다. 2013년 보호관찰 기간 중에 졸피뎀을 건네받아 출국명령이 내려진 에이미는 지난 4일 항소심 재판정에서 “가족과 함께 있게 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런 와중에 에이미는 심부름센터를 통해 졸피뎀 20여정을 구입한 혐의로 지난 9일 또다시 불구속 입건됐다.

에이미의 항소심 재판이 있던 이달 4일부터 에이미 관련 기사는 비키니 화보로 ‘도배’됐다. 사건 초반에는 ‘에이미 선처호소’란 제목의 화보 관련 기사가 많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화보 자체를 제목으로 한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앞서 비키니 기사가 쏟아지면서 이제 그 자체가 ‘기사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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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남성은 지위나 명예, 권력과 연관시키려하고 여성은 미모나 성적인 부분을 연관시키는 고정관념이 있다”며 “이런 고정관념이 언론의 여성 연예인 성상품화를 지속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예인들은 그 자체로 상품성이 있기 때문에 스캔들이 발생하면 해당 연예인을 상품화로 활용할 기회가 생겨버린다. 더욱이 여성 연예인은 성차별적 고정관념으로 인해 성적으로 상품화되곤 한다”고 말했다.

에이미보다 앞서 욕설 논란을 일으켰던 배우 이태임도, 기획사 회장과 진실공방을 벌였던 배우 클라라도 마찬가지 상황을 겪었다. 특히 이태임의 경우 가수 예원이 과거 속옷 화보 촬영을 한 바 있어 두 연예인의 ‘몸매대결’ 기사가 주를 이뤘다. 이태임의 영화 속 베드신 장면을 캡처해 쓴 기사도 많았다. 클라라 관련 기사는 이규태 회장은 정장차림을, 클라라는 수영복을 입은 사진을 배치하기도 했다. 이들 기사 모두 굳이 ‘몸매’, ‘비키니’, ‘볼륨감’ 등의 단어를 검색하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여성 연예인은 성상품화에 최정점에 있는 사람들이다. 일례로 가수 에일리의 노출사진 사건은 명백한 범죄사건이지만 언론은 에일리의 선정적인 사진을 부각하며 본질을 흐렸다”며 “클라라 역시 사건 초기에는 클라라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면서 비키니 사진을 내걸고 그가 기획사 사장을 유혹한 듯한 이미지를 주입시켰다”고 꼬집었다. 윤 소장은 또 “반면 남성 연예인의 비위 사건에서는 단정한 양복 차림에 법원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반성하는 모습이 주를 이룬다”며 “여성 연예인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던 배우 이병헌과 김현중 사건에서는 두 연예인의 몸매와 관련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장은미 박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언가가 상품화되는 현상을 보면 가장 약한 것부터 상품화된다”며 “여성과 남성의 몸을 놓고 보면 여성의 몸이 우선적으로 상품화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박사는 “한국사회에서 굉장히 많은 ‘녀’들이 등장하는데 항상 여성이 먼저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된장녀’가 나온 다음 ‘된장남’이 등장한다. 이는 여전히 여성과 남성 사이에 위계질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여성 연예인 성상품화가 어제 오늘 일인가, 당연한 것 아닌가하는 인식도 문제다. 언론의 어뷰징 문제를 지적할 때 여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어뷰징이 남성 연예인의 그것과 비교해 훨씬 더 성(性)적인 내용이 많다는 사실이 언급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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