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구직활동 경험에서 출발, 여성 네트워크 장으로
익명 보장으로 상사 고발 및 불합리한 기업 고발도

임신 중 구직활동 경험에서 출발, 여성 네트워크 장으로 

익명 보장으로 상사 고발 및 불합리한 기업 고발도

 

페어리갓보스 웹사이트 초기화면. 첫 화면에서 정보를 바로 열람할 수 있으며 자동으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fairygodboss.com
페어리갓보스 웹사이트 초기화면. 첫 화면에서 정보를 바로 열람할 수 있으며 자동으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fairygodboss.com

새 직장을 찾을 때 급여, 휴가, 승진제도 등은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여기에 여성들에게 또 하나 중요한 사항이 있다. 바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과 관련된 규정들인데 이런 사항들은 회사에 입사해 겪어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마다 서로 다른 정책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여성들이 새 직장에 입사하면서 미래의 그림을 그려 보는 데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직장을 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시스템에 대해 정보를 나누는 장이 마련돼 화제다. ‘페어리갓보스’(fairygodboss.com)는 여성들이 자신이 다니는 직장의 육아휴직 시스템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나누는 사이트다. 회사명과 부서, 급여 수준만 공개한 채 익명으로 작성하며 육아휴직뿐만 아니라 양성평등 관련 정책이나 회사의 분위기 등의 정보도 찾을 수 있다. 이곳에서 나눈 정보는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축적되어 구직자들은 어떤 기업이 앞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지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글래스도어’와 같은 사이트에서도 기업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있지만 육아휴직에 특화된 사이트는 이 곳뿐이다. 페어리갓보스에는 현재 700여 개 기업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으며, 그 내용은 애플, 골드먼 삭스, 제네럴일렉트로닉스, 구글, 딜로이트 등 유명 기업을 망라한다. 또한 정보 공유뿐만 아니라 육아휴직 사용에 반대하는 상사를 고발하거나 여성에게 불합리한 기업 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휼렛패커드 영업부장이라는 여성은 “이곳은 ‘보이즈 클럽’”이라며 “5년 동안 일하면서 똑똑하고 재능 있는 많은 여성이 내쫓기거나 구석으로 내몰리거나 조직 개편에 희생되는 모습을 보았다”고 고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케팅 책임자라는 또 다른 여성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는 동안 두 아이를 가졌다”면서 “이곳에는 회사 내 정치는 있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은 없으므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페어리갓보스 공동 창업자인 조진 후앙(왼쪽)과 로미 뉴먼. ⓒfairygodboss.com
페어리갓보스 공동 창업자인 조진 후앙(왼쪽)과 로미 뉴먼. ⓒfairygodboss.com

페어리갓보스는 한 여성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설립자인 조진 후앙은 임신한 상태에서 직장을 구하다가 구인광고 어디에도 육아휴직 관련 정보는 나와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친구인 로미 뉴먼과 함께 이 사이트를 시작했다. 후앙은 “면접에서 육아휴직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터부시되며 많은 여성이 이를 물어보는 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좀 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제 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100대 기업 중 육아휴직 시스템을 웹사이트에 공개한 기업은 5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육아휴직과 관련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1월 3일 아마존은 유급 출산휴가를 20주로 확대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6주간의 유급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가족휴직 정책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유급 출산휴가를 12주에서 18주로 확대했으며, 넷플릭스는 52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발표해 업계에 놀라움을 안겨준 바 있다. 최고경영자인 마리사 메이어가 단 2주의 출산휴가만 마친 후 복귀해 논란이 됐던 야후는 16주의 출산휴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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