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는 혈통 보전이라는 생물학적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공공산후조리원 모습. ⓒ여성신문
출산율 저하는 혈통 보전이라는 생물학적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공공산후조리원 모습. ⓒ여성신문

요즘 가뭄 문제가 심각해지자 많은 사람이 왜 진작 이런 사태를 대비하지 못했는지 안타까워 한다. 가뭄보다 사실 문제가 더 심각한 저출산 문제는 30년 이상 지속됐고, 급기야 합계출산율 1.3 미만인 초저출산 현상이 지난 15년간 지속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그동안 1, 2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세우고 100조원 이상 재정을 투입했지만 2014년 기준 합계출산율 1.21명은 유엔 회원국 190여 개국 중 꼴찌다.

한국 여성이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 외국인 교수는 칼럼에서 반도체나 스마트폰의 경쟁력 하락은 온 나라가 들썩이도록 걱정하면서 충격적인 저출산율에 대해 사회 전반이 ‘쿨’한 것에 대해 무척 놀랍다고 했다.

세계적 경제 예측 전문가인 해리 덴트는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한국 정부와 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을 우려하면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생산, 소비, 투자를 동시에 위축시켜 한국의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출산율 저하는 혈통 보전이라는 생물학적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로 수출 위축과 함께 아직 대체 산업이 성숙하지 못한 시점에서 우리의 제조업 중심 전통 산업이 내수 부족으로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은 보건복지 차원의 정부 재정 부양책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정부와 함께 가장 중요한 해결의 열쇠는 기업이 쥐고 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의 밀접한 관련성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 국가의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등은 여성 고용률이 한국보다 많게는 20% 이상 높았고, 출산율도 2명 안팎으로 높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출산율과 고용률이 모두 최하위인 집단에 속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 수준 국가들이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에서 상당한 비례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선진국들은 영·유아 자녀 양육지원, 육아휴직, 유연한 근무시간제 등 일·가정 양립과 관련한 제도뿐 아니라 실질적 제도 사용이 가능한 기업문화가 정착돼 있고, 육아나 가사가 여성에게만 집중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가졌기 때문에 고용률과 함께 출산율도 높게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아직도 여성인력이나 일‧가정 양립 관련 제도를 기업 경쟁력과 상관없는 여성에 대해 베푸는 시혜쯤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글로벌 초일류 반열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경영철학을 시대적 가치로 내재화하지 못하고, 또 기업 문화로 승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외 유수 기업들은 여성인력 지원이나 일‧가정 양립에 관한 제도를 기업 경쟁력 우위에 필요한 인재 확보와 유지를 위한 전략으로 일찍부터 활용해 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최고경영자(CEO)가 앞장서서 실천 의지를 강조한다. 일례로 구글은 창업 초창기 엔지니어링 부문에 남자만 연속으로 16명이 채용되자 공동 창업주인 래리 페이지는 남녀 성비를 맞추는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으면 고용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구글을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터’로 만드는 노력에 앞장섰다.

저출산 문제 해결은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야 할 국가 과제임에 틀림없다. 일본처럼 저출산 담당 장관을 별도로 두었으면 좋겠다. 여기에 덧붙여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업의 경영철학도 큰 몫을 담당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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