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쟁 연주자에서 문화기획자로 변신

전통음악과 파티 접목한 새로운 시도 

 

조인선 모던.한 대표는 아쟁 연주자의 길을 접고 전통예술 기획자의 길을 개척했다. ⓒ모던.한
조인선 모던.한 대표는 아쟁 연주자의 길을 접고 전통예술 기획자의 길을 개척했다. ⓒ모던.한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음악만 15년을 했고, 좋은 학교 나와서 좋은 직장에 다니는데 전향하니까…. 속 썩인 적 없는 착한 딸이었는데 가장 가까운 분들의 반대에 부딪히니 힘들었다. 꼭 성공해서 내 판단이 맞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여성문화인상 시상식에 부모님이 오셨는데 좋아하시면서 ‘그래 해봐라’ 하시더라. ‘조인선’이라는 개인으로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그만큼 의미가 크다.”

제8회 올해의 여성문화인상 시상식에서 신진여성문화인상을 받은 조인선(31) 모던.한(MODERN 韓) 대표의 말이다. 조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아쟁을 전공했다. 락음국악단 예술영재에 뽑혀 국악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에겐 고독한 시간이었다. “사람 만나는 게 좋고 재미있다”는 그는 연주자에서 기획자로 변신하기 위해 준비했다.

“우리나라는 연주자에게 연주만 가르치지만, 외국은 철학을 비롯해 인문학, 예술, 비즈니스 교육은 필수다. ‘플레이어’와 ‘아티스트’는 다르다. 우리는 전통예술 보존 차원에서 플레이어 양성을 중요시하지만, 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대학원)에 들어가 예술경영을 전공하면서 국악이 지금까지 대중에게 외면받은 이유를 깨닫게 됐다. 연주자 출신의 공연 기획자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조 대표는 국악방송 문화사업부에서 근무하며 기획 일을 배웠고, 2012년에 전통예술 에이전시 회사인 모던.한을 만들었다. “상표 등록부터 하고 사업을 시작했다”는 그는 “일하다가 문득 떠오른 단어였는데 모던.한이 내 인생을 바꾸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그렇게 창의적인 기획으로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는 활발한 활동이 시작됐다. 젊은 국악 연주자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조 대표는 “케이팝(K-pop)만큼이나 국악도 세계시장에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 악기로 오케스트라를 이룰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5개국뿐이다. 국악기 자체가 우수하고 매력 있지만‚ 그 가능성과 우수성보다 평가절하됐다. 국악 공연은 연출자의 개념이 따로 없다. 연주자가 다 관리하다 보니 공연의 질이 떨어진다. 연출자가 있어도 국악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기획과 연출도 국악 전공자가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인선 대표는 창의적인 기획으로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조인선 대표는 창의적인 기획으로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50명 이상의 예술가로 구성된 모던.한은 국악뿐 아니라 미술, 음식, 술 등 한국 문화를 세계로 전달하는 디딤돌 역할을 지향한다. 전통음악 공연은 물론이고 재즈, 클래식 등 퓨전 국악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는 파티와 한복 전시·패션쇼, 전통 소품 디자인·제작, 전통주 칵테일 제조·판매, 퓨전 한식 레시피 개발, 케이터링 출장 서비스 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4년에는 한국관광공사 주최 관광벤처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입지를 다졌다.

“한 해에 배출되는 국악 전공자 800명 중에서 10%는 살아남지 못한다. 그들이 계속 무대에 설 수 있는 순환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80회의 전통 파티와 300회 정도의 공연을 했다. 연주자도 일종의 디자이너다. 계속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대의 흐름보다 뒤처지지 않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시장이 원하는 음악은 퓨전 음악이다. 국악인들은 크로스오버나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굉장히 잘한다. 사고가 열려 있는 만큼 음악의 한계도 열려 있다.”

“안티도 많을 거다”라는 조 대표의 말처럼 모던.한의 음악과 문화는 새롭다. 12월 3일 발매하는 국악 앨범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EDM을 접목한 ‘국악 EDM’을 선보인다. 신선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다. 조 대표는 “충격도 문화의 하나”라며 확신했다. 100년 전 문화와 사고를 설득하기보다는 전통도 진화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전통음악이라고 하면 ‘과거’ ‘옛날’ 이런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전통은 진행 중이다. 그만큼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이 조 대표의 생각이다.

“전통이나 국악 얘기를 꺼내면 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멋진 문화를 갖고 있는데 외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어렵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내가 들어도 재미없다. 지금은 8000원만 내면 극장에서 좋은 음향에 스토리를 즐기며 영화를 보는 시대다. 스토리도 없이 정악 45분을 듣는 게 어디 쉬운가. 청각만 만족시키는 시대는 끝났다. 오감을 자극하는 콘서트나 파티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모던.한을 전통예술계의 ‘YG엔터테인먼트’로 만들고 싶다. 빅뱅의 지드래곤과 컬래버 무대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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