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제안한 저출산 대책 실효성 논란

전세자금 대출 확대·학제 개편이 해법?

경력단절 막는 평등·안정적 노동환경 우선

 

여성들은 결혼을 늦게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만혼과 비혼은 저출산의 원인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성차별적인 고용 환경과 불안한적인 일자리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만혼과 미혼을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들은 결혼을 늦게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만혼과 비혼은 저출산의 원인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성차별적인 고용 환경과 불안한적인 일자리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만혼과 미혼을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부와 새누리당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대책을 두고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저출산의 원인으로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과 아예 안 하는 ‘비혼’을 지목한 한 것에 대해 여성들은 “헛다리를 짚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만혼과 비혼은 저출산을 초래하는 다른 원인들의 결과라는 뜻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취업하기 쉬운 고용환경,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부의 적극적인 보육·교육정책 등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18일 내놓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 시안의 핵심은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지원 강화와 임신·출산에 필요한 의료비 지원 등 청년들의 조기 결혼을 유도하고 출산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는 신혼부부의 전세대출 한도를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수도권 기준)으로 확대하고 결혼을 2~3개월 앞둔 예비부부에게 신혼부부 임대주택의 우선 입주를 허용하는 방안 등이다. 임신·출산 관련 진료·검사 시 본인 부담금 축소, 난임 관련 검사·치료 비용에 건강보험 적용, 미혼 남녀에게 단체 맞선 주선, 남자의 육아휴직 인센티브 3개월 확대도 포함돼 있다.

뒤이어 21일 새누리당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관련 당정협의에서 초등학교와 중·고교의 재학 기간을 각각 1년씩 단축하는 대대적인 학제 개편을 검토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현행 6년인 초등학교 과정을 5년으로 줄이고, 각각 3년씩인 중·고교 과정을 5년제 통합 과정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행 총 12년인 초·중·고 과정이 10년으로 단축된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낮추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미 만 5세는 사실상의 의무교육인 ‘누리과정’에 편입돼 있어 실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만혼이나 비혼 추세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보다는 백화점 나열식의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만혼을 문제로 내세우는 등 전통적 가족 개념에 기반한 시대착오적 구상이 대책으로 제시됐으며 사회적 불평등과 성차별에 관한 문제의식은 철저히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의와 공평과세를 통한 세수 증대, 돌봄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확대,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 등 보다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청년유니온도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과 알바 천국으로 불리는 일자리 정책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이 결혼을 거부하고 아이 낳기를 꺼리는 원인은 성차별적인 노동환경과 불안정한 일자리와 보육정책에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저출산 원인을 비혼과 만혼이라고 보는 정부의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관점이 황당하다”며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근본적 원인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믿고 맡길 보육시설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대표는 “성별 임금격차와 직장 내 성희롱 등 노동시장 내 성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떤 저출산 대책도 일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