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의원들이 9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제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개회식을 마친 후 자리를 함께 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의원들이 9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제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개회식을 마친 후 자리를 함께 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총선 D-6개월… 20대 국회의

시대정신은 양성평등 실현

성평등 국회 등 네 가지 과제

이루는 디딤돌 국회 돼야

20대 총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는 시대정신의 집약이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시대정신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치세력만이 권력을 창출한다. 이번 총선은 특히 차기 대선의 바로미터다. 여야 중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세력이 대선까지 승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내년 총선에선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친 우리나라가 한 번도 이루지 못한 가치인 성평등 이슈를 선점하는 쪽이 승기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양성평등기본법이 처음 시행됐다. 기존의 여성발전기본법이 여성의 지위 향상과 여성 능력 개발을 통한 여성 발전에 중점을 뒀다면 양성평등기본법은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 참여 기회를 보장해 양성평등 사회를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 시행 후 처음 개원하는 20대 국회에선 국민이 원하는 성평등 가치를 반드시 구현해야 한다.

구체적인 시대적 과제로는 네 가지가 꼽힌다. 성평등 국회와 저출산 고령사회 극복, 행복한 워킹 패밀리, 히포시(HeForShe)다. 20대 국회는 이들 과제를 이루는 디딤돌 국회가 돼야 한다.

❶ 성평등 국회

우리 헌정사에서 성평등 국회는 단 한 번도 실현하지 못했다. 10월 현재 19대 국회의원 297명 중 84.5%, 지역구 국회의원의 91.4%가 남성 정치인이다.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성불평등한데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가 어떻게 성평등을 이룰지 의구심이 든다.

성평등은 인류가 남자와 여자 둘이라는 종의 이원성뿐 아니라 국민 주권의 문제다. 남성과 여성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다르므로 1인 1표 국민의 뜻을 받들어 당연히 성평등 국회로 구성해야 한다. 동수 민주주의를 논할 때 임계점인 30%는 돼야 비로소 평등을 말할 수 있다. 지금의 남성 독점 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성평등 국회를 만들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가진 정치인이 20대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 특히 20대 국회 원 구성 시 전체 국회의원들이 ‘성평등 국회’ 비전을 선포하고 결의를 다질 필요가 있다.

❷ 저출산·고령사회 극복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은 1.21명(2014년 기준)이다. 세계 190여 개국(유엔 회원국 기준) 가운데 홍콩(1.20명)과 마카오(1.19명) 다음으로 가장 낮다. 출산율 하락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2100년 한국의 인구는 지금의 절반도 안 되는 2000만 명으로 줄어들고, 2300년이 되면 사실상 소멸 단계에 들어간다는 전망도 있다.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소멸 국가 1호’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출산율이 10년째 제자리인 이유는 미래가 불안해서 결혼과 출산을 미루기 때문이다. 합계 출산율이 1.5명 이상인 나라에서는 아이를 낳아도 경력단절이나 고용차별이 없고 국가가 자녀 양육을 전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여성이 믿고 아이를 낳는 것이다.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면 성평등부터 이뤄져야 한다.

한국은 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가 이어지면 급격한 ‘인구 절벽’이 시작된다. 가장 경제력 있는 40대 후반 인구수가 2018년부터 감소해 노동과 소비, 투자할 사람들이 줄어든다. ‘인구 절벽’은 장기 불황과 금융 위기라는 ‘소비 절벽’으로 이어진다. 국가의 존망이 달린 저출산 고령사회를 넘어설 청사진이 있어야 20대 국회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❸ 행복한 워킹 패밀리

남성 외벌이를 전제로 한 남성 취업노동자 중심의 복지 정책으로는 더 이상 국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63%(2010년)에서 70%(2030년)까지 끌어올리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 늘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독일 같은 선진국만 봐도 ‘남성 부양자 복지 모델’을 고수하다 여성의 노후 빈곤 문제가 생기자 남녀 일·가정 양립 정책으로 전환했다. ‘남성 주소득자-여성 보완 소득자·전업주부’ 구도를 ‘맞벌이 남녀 일·가정 양립’ 구도로 바꾸면서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아빠 육아만 해도 ‘산 넘어 산’이다. 스웨덴의 육아휴직은 최장 18개월이며 그 중 최소 3개월은 남성이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육아휴직 급여도 통상 임금의 70~80% 지급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빠의 달’ 1개월(통상임금 100%·최대 1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육아휴직 기간은 통상임금의 최대 40%(100만원)만 준다. 우선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고, 장시간 근로 관행도 바꿔나가야 한다. 20대 국회는 워킹맘, 워킹대디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온힘을 쏟아야 한다.

❹ 히포시(HeForShe)

양성평등이 실현되려면 남성들의 의식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양성평등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엔여성 친선대사인 배우 에마 왓슨의 연설처럼 여성의 권리 확보를 위한 투쟁이 남성 증오로 비쳐선 안 된다.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갖는 인권의 문제다. 남성과 여성은 함께 어울려서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동등한 주체인 것이다. 여성신문이 올 한 해 유엔여성(UN Women)과 함께 진행 중인 ‘히포시(HeForShe) 캠페인’에 많은 남성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의도에 입성할 20대 국회의원은 남성 참여가 양성평등을 실현한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여성신문이 꼽은 4가지 시대적 과제에 후보자가 동의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서 한 표를 던져야 한다. 여성신문은 총선에 나설 후보자들이 네 가지 과제를 실현할 능력이 있는지 엄격하게 평가 작업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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