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 관점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온 실천적 대안 미디어 여성신문이 창간 27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여성신문은 지난 27년간 한국 여성의 대변지로서 한국 여성의 지위 향상과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외롭고 힘든 뚜벅뚜벅 길을 걸어왔습니다. 앞으로도 성평등한 공정 사회를 위해 더욱 노력하는 여성신문이 되겠습니다. . 창간 27주년을 맞아 각 년도의 여성신문 이슈 기사를 3편에 나눠 정리해 봤습니다. [편집자 주]
1988.10.28 1호
1. 남성문화가 흔들리고 있다
창간호에 실린 ‘남성문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20년간 이어온 여성신문의 주요 화두 ‘가부장 사회 속 남성 알기’의 첫 시작이었다. 기사는 1988년 초 경제기획원의 ‘한국 40대 남성의 사망률 세계 1위’ 발표를 계기로 여성의 시각에서 한국 남성의 문제가 무엇인지 풀어나간다. 권위와 체면, 돈 버는 기계가 아닌 ‘나’, 이 둘 사이의 갈등으로 위협받는 남성 지배 문화를 짚어보고 “남성도 이제는 억압자만은 아니며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피억압 집단으로서 스스로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또 여성들이 “아내는 어머니가 아니다”라고 항변하는 현상을 짚어보면서 진정한 남성상은 양성평등성을 갖춘 ‘여성의 참된 동반자’임을 설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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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7.7 31호
2. 강간은 성충동 아니라 의도된 폭력행위
1970년 3월 대법원은 ‘부부 사이에는 서로 간에 정교를 승낙했으므로 아내 강간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여성신문은 부부강간은 성폭력의 연장으로 이에 대한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강간은 성충동 아니라 의도된 폭력행위’란 기사는 ‘또 하나의 문화’ 월례논단 ‘강간에 대한 여성학적 연구’ 사례를 빌려 “부부끼리도 강요된 성관계는 강간으로 간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부부강간은 남편의 폭력 행사 후 일어나는 비인간적 행위이며, 피해 여성들은 결혼 이데올로기 속에서 이를 ‘의무’로 체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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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3.9 64호
3. 여성노인, 수명은 더 길고 외로움은 더 크다
고령화 사회 여성노인의 문제는 경제문제가 핵심임을 여성신문은 앞서 시사했다. ‘여성노인, 수명은 더 길고 외로움은 더 크다’는 기사의 내용은 시적인 타이틀과는 대조적으로 냉엄한 현실을 일깨운다. 남녀 평균수명의 차이가 지난 1966년 4.3세에서 1989년 8세로 2배 증가한 것. 기사는 여성개발원의 실태조사 결과를 빌려 “여성의 수명 연장이 여성노인의 건강을 의미하지 않으며 배우자 사망 후 홀로 남는 기간은 경제·사회·심리적 고통의 연장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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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8.30 138호
4. “사람 아닌 짐승을 죽였습니다”
21년 전 9세 나이에 이웃집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기억으로 결혼도 실패하고 삶도 위태로웠던 30세 여성 김부남씨. 그는 1991년 1월 30일 50대가 된 가해 남성을 찾아가 식칼로 살해하고 현장에서 검거된다. 여성신문은 사건 직후 전주교도소에 수감된 김씨를 면회하고 가족의 증언을 통해 성폭력 상처로 피폐해진 그의 상태를 자세히 보도한다. 또한 그가 ‘강간쇼크증후군’ 피해자였음을 주장하며 무죄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와 함께 “김부남 사건의 정당한 해결은 모든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선언적 의미”란 당시 여성계 주장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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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3.27 167호
5. ‘성폭행 의부 살해는 정당방위’
여성신문은 1992년 초 근친 성폭력을 이슈화했던 김보은·김진관 사건을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여성신문은 이 사건을 통해 성폭행 의부 살해에 대한 정당방위 인정과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또한 “반항을 했더라면 10년 동안 그와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을텐데..”라는 등 피해자가 마치 즐긴 듯한 인식을 심어주는 검찰의 질문을 게재,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비판하고 사법부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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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0.22. 246호
6. 한국 남성들 스트레스 심각...‘직장내 인간관계’가 1위
창간 5주년을 맞아 실시한 한국 남성들의 스트레스 조사 결과는 남성에 대한 여성신문의 관점을 대변한다. 당시 현대리서치와 공동으로 서울 소재 대기업 종사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 주요 스트레스 영역은 직장생활(58.2%), 사회정치 문제(26.2%), 가정생활(9.4%), 기타(7.4%) 순이었다. 더욱이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참고 넘긴다(25.6%), 술을 마신다(20.6%), 담배를 핀다(6.8%) 등이 상위권을 차지, 가부장 사회 관행이 그대로 묻어났다. 기사는 남성 중심 한국 사회에서 기득권자인 남성들도 남성이기에 부과되는 의무와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새로운 대안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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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당하던 김미숙 과장, 여성노동운동가 되다
1994.7.29 285호
7. “헌정사상 처음 있는 경사” 여성계 인사들 환호
1994년 여성정치세력화의 촉매가 될 전담기구 여성특별위원회(여특위)가 국회에 탄생했다. 여성신문은 같은해 7월 14일 여특위 신설 축하식을 다룬 기사를 통해 여성정치참여 확대와 이를 위한 제도화를 우선적인 과제로 꼽았다. 또한 여성계는 호주제와 동성동본불혼 폐지, 성폭력법 제정, 남녀고용평등법 보완, 윤락행위등방지법 개정 등 구체적인 입법 활동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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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만의 리그’로 회귀한 청와대… ‘남녀 동수’ 유럽을 보라
1995.9.29 343호
8. ‘여성 권리는 인간 권리’
1995년 베이징 제4차 유엔세계여성회의는 1985년 나이로비 제3차 회의 이후 10년 만에 전 지구적인 여성의제를 설정, 새 천년을 준비한 회의다. 여성신문은 베이징 회의가 “여성 권리는 인간 권리”를 천명했다는 점과 “여성은 더 이상 남성과 사회의 보호 대상이 아니며 남성과 더불어 동반자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성주류화’ 전략을 채택했다는 것을 성과로 꼽았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에 보다 강력하게 합법적인 해결 방안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성희롱도 성폭력 범주에 포함시켜 유엔 문서에 정식 예시됐고, 여성의 ‘성과 임신 출산에 대한 여성들의 건강결정권’ 관련 강령도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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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권리도 인권” 베이징 여성회의 연설 20주년 맞아
1996.8.23 388호
9. 변혁을 꿈꾸는 한국 레즈비언의 커밍아웃
1996년 하반기 동성애를 다룬 국내외 영화가 홍수를 이루며 문화계엔 동성애 담론이 무성했다. 여성신문은 우선 동성애자 그룹에 직접 기자가 인사이더로 참여함으로써 편견을 최소화했다. 또 소외되는 동성애 문제 속에서 주류 남성 동성애자에 밀려 또 다시 소외되는 여성 동성애자의 문제를 다뤘다. 기사는 “동성애자라는 주체는 없고 담론만 무성한 채 정작 동성애자의 삶은 이야기되지 못한다”며 “특히 여성 동성애자의 97%가 자살충동을 경험한 것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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