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대모 이이효재 선생‚ 평화선언 앞장서

남북 어린이의 안전 위한 선언문 낭독

“남북의 모든 어린이에 DMZ 개방하자”

 

14일 열린 ‘여성평화선언 1000인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4일 열린 ‘여성평화선언 1000인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모든 여성과 함께 분단된 땅에서 평생을 살아온 우리 여성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세상에 호소합니다.”

여성들이 남북어린이의 생명과 안전, 평화를 위해 간절한 마음을 모아 한 자리에 모였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시급성을 말하고자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춰 준비한 ‘여성평화선언’은 여성운동 1세대 이이효재(92) 선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총 1234명의 여성이 서명에 동참한 ‘여성평화선언 1000인 기자회견’이 14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행사를 위해 제주도에서 올라온 이이효재 선생은 남북 어린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마음으로 ‘여성평화선언’을 제안하고, 선언문 초안을 직접 작성했다. 이 선생은 격려사에서 “광복 70주년, 6·25전쟁 65주년이라고 떠들지만, 현실은 전쟁을 위해 중무장을 하고 있다. 한반도를 계속 중무장시킨다. 우리 아이들의 앞날을 어떻게 해야 하나. 기성세대는 우리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윤정모 소설가는 “여성들이 전쟁을 막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이번 행사를 일시적으로 끝낼 게 아니라 계속 연구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형 어린이어깨동무 공동대표는 “제가 올해 72살이 됐다. 일생 내내 이 나라는 분단 상태다. 이번 평화선언을 계기로 조금 더 분발해야겠다. 북쪽의 여성들과 함께 평화운동을 펼쳤으면 좋겠다. 여성들이 정말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여성운동가 이이효재(가운데) 선생은 ‘여성평화선언’을 제안하고, 선언문 초안을 직접 작성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운동가 이이효재(가운데) 선생은 ‘여성평화선언’을 제안하고, 선언문 초안을 직접 작성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최영희(탁틴내일 이사장) 전 국회의원은 “여성계에서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이렇게 모였다. 여성운동의 엄청난 발전이고 미래를 위한 큰 걸음”이라며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선언문이 제시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고 활동해주길 바란다. 이 자리가 민족이 나아갈 길에 큰 지침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생명을 사랑하는 분단 여성들의 호소’ 선언문은 김희은 여성사회교육원 원장과 김손경미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가 함께 낭독했다. 여성들은 선언문에서 “남북분단의 척박한 환경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며 “서로를 파괴하며 행복한 삶을 흔드는 어떠한 정치적·경제적·군사적 행위도 반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평화와 상생 그리고 포용의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며 5개 조항을 제시했다. 5개 조항은 △남북의 모든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안전하게 존중받으며 살 수 있도록 하자 △남북의 모든 어린이가 청정한 환경과 생태계 속에서 자유롭게 만나 뛰놀 수 있게 DMZ를 개방하자 △남북의 어린이가 미래를 꿈꾸며 희망을 가지고 일하며 살 수 있도록 유라시안 경제를 살려 나가자 △세계 전쟁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오랜 70년간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 △전쟁과 핵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여성들이 앞장서자 등이다.

이번 행사에는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지은희 여성사회교육원 이사장, 홍영주 여성평우회 회장, 장필화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소장, 이미경 국회의원, 남인순 국회의원, 한명희 서울시 의원, 김주숙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손미희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이상화 이화여대 교수,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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