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여성과총 주최 포럼서 나눔 철학 밝혀

“비보호 아동·청소년은 사실상 탈북자”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여성신문 DB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여성신문 DB

“봉사는 공감능력이고, 희망은 공감입니다. 희망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바로 나눔입니다.”

유중근(전 대한적십자사 총재·71) 경원문화재단 이사장은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회 과학기술 여성리더스포럼에서 자신의 나눔 철학을 소개했다.

유 이사장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이날 포럼에서 과학기술계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통일 한반도에 심을 우리의 씨앗’을 주제로 강연했다. 유 이사장은 1998년부터 대한적십자사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11년에는 여성 최초로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선출돼 2014년까지 27대 총재를 지냈다. 2004년부터는 경원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가입하는 등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봉사와 나눔에 대해 “거름은 그대로 있으면 냄새 나는 쓰레기지만 땅에 나누고 썩으면 좋은 영양분이 된다”면서 “봉사는 내 일부분의 시간을 남에게 주는 것을 넘어, 인생의 완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정의 연민(sympathy)에서 공감의 행동(empathy)의 용기로 함께 심는 희망(hope)이 심어진다”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의 활동과 북한이탈주민 지원사업 등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특히 탈북 여성과 중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동과 청소년들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비보호 대상이 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2011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탈북 자녀의 약 36.2%가 비보호 대상으로 나타났다.

유 이사장은 “탈북 과정에서 해외 체류가 장기화되고, 전체 북한이탈주민 중 70%가 여성인 점을 고려하면 비보호 청소년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아이들은 한국어 능력이 떨어지고 학교에 다니고 싶어도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며 경제적으로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탈북’이라는 개념을 남한 입국 전 ‘전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본다면 이들은 ‘사실상 탈북자’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의 강연 후엔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환경부 장관을 지낸 유영숙 한국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이 좌장을 맡고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강인선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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