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채택…여성의제는 

양성평등 개발목표 유지하며 재산권, IT 등 분야 확대

17개 전체 개발목표에 여성이슈 강화

“2030년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오늘 시작됐습니다.”

지난 9월 2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 개발정상회의에서 역사적인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가 정식 채택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품질레 음람보응쿠카 유엔여성(UN Women) 총재는 공동성명을 통해 SDGs의 채택을 축하했다. 이들은 “오늘은 2030년 9월을 향한 여행의 첫날”이라며 “오늘 태어나는 여자아이는 2030년 15살이 됐을 때 지금과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새천년을 맞아 발표됐던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이하 MDGs)’의 뒤를 잇는 ‘포스트 2015’ 글로벌 개발의제인 SDGs는 17개 개발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구성됐다. 특히 양성평등(Gender Equality)을 독립된 개발목표(SDG 5)로 유지하고 각 개발목표의 세부목표에서 여성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는 등 ‘여성’이 전체 SDGs를 관통하는 주요 테마로 다루며 지속적인 양성평등 노력을 약속했다.

‘빈곤 퇴치’를 목적으로 개발도상국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던 MDGs와 달리 SDGs는 그 대상을 선진국까지 넓히고 경제성장, 기후변화, 평화 등 다양한 주제를 포함시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하는 개발의제로 변화를 꾀했다.

SDGs의 제1목표는 MDGs와 마찬가지로 ‘빈곤 퇴치’다. 하지만 극빈층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은 MDGs와 달리 SDGs는 ‘극빈층 제로, 기아 제로’를 목표로 삼았다. 특히 재산권, 상속권, 자원 활용 등에서 남녀의 평등한 권리 보장을 강조하며 빈곤 퇴치에 여성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MDGs의 제3목표였던 ‘양성평등과 여성역량 강화’는 SDGs의 제5목표로 계승됐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철폐는 물론, 조혼이나 여성 할례 등의 부당한 관습 철폐, 정치, 경제, 공공 분야 모든 분야에서 평등한 기회 보장, 돌봄노동이나 가사노동 등 무급 노동의 가치 인정, IT 등 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역량 강화 등의 조항이 강화됐다.

SDGs의 또 다른 변화는 목표가 포괄적으로 변화하고 새로운 분야가 첨가됐다는 점이다. 초등교육 확대와 아동사망률‧산모사망률 감소와 같이 목표치를 거의 달성한 개발목표는 건강과 웰빙(SDG 3)과 양질의 교육(SDG 4) 등에 통합돼 더 넓은 계층을 위한 목표로 확대됐다. 또 양성평등뿐 아니라 평등 그 자체를 별도의 개발목표(SDG 10)로 설정해 연령, 성별, 장애, 인종, 종교 등 모든 종류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차별 금지를 선언했다. 자원 활용(SDG 14, 15), 기후변화 행동(SDG 13), 깨끗한 에너지(SDG 11) 등 지속가능한 환경과 관련된 항목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27일에는 유엔과 20년 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개최지였던 중국 정부의 주최로 양성평등과 여성역량 강화를 위한 글로벌 정상회담이 열려 새로 채택된 지속가능개발목표와 유엔여성이 진행 중인 양성평등을 향한 ‘스텝 잇 업’(Step It Up) 캠페인의 실천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아더 무타리카 말라위 대통령이 성인지예산 편성 계획을 발표하고 압둘라압둘라 아프가니스탄 최고행정관이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실천을 약속하는 등 각 나라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도 논의됐다.

행사를 개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성평등을 국가의 기본 정책으로 삼을 것이며 개발도상국의 여성들을 돕는 데도 앞장서겠다”며 “베이징 선언과 행동강령의 실천과 새로운 개발목표의 실현을 위해 10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2015년은 유엔 창설 70주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20주년, ‘여성, 평화, 안보를 위한 안보리 결의 1325호’ 채택 15주년 등 여러 의미에서 기념비적인 한 해라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새로운 글로벌 개발목표인 SDGs가 채택됨으로써 여성인권과 양성평등에 있어 또 한 번 중요한 분기점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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