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와 국제자살예방협회가 정한 ‘자살 예방의 날’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한남대교 난간에 누군가 써놓은 ‘나 좀 살려줘’ 글귀가 눈길을 끌고 있다.free prescription cards sporturfintl.com coupon for cialis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자살예방협회가 정한 ‘자살 예방의 날’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한남대교 난간에 누군가 써놓은 ‘나 좀 살려줘’ 글귀가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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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여성신문

며칠 전 막내 아들의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이유인즉슨 우리가 사는 아파트 다른 동에서 누군가 투신자살을 했고, 그것을 목격한 아이들 사이에서 전화가 오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라인에 사는 누구네 아빠다, 아니다, 몇 층이다’ 이런 이야기가 오가며 아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자살을 하지?” 물었다.

다음 날 병원에 출근해서 자살을 목격한 아이들의 정신적 충격에 대해 다른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의사 또한 몇 년 전 다른 병원에 근무하던 시절, 동료 의사가 그 병원에서 투신했었다고 한다. 그 의사가 왜 자살까지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나에게 물었다. “왜 자살을 하게 되었을까요?”

그날 저녁, 노숙인 진료를 위해 방문한 쉼터에서 자살 기도를 했던 노숙인이 퇴원해서 찾아왔다. 쉼터 실무자가 진료를 보기 위해 노숙인을 모시고 왔다. 그 직원은 부탁했다. “왜 자살 기도를 하게 됐는지 잘 상담해달라.”

하루 반나절, 내가 만난 사람들마다 자살은 비일상적인 화제, 비정상적인 드문 일이 아니라 마치 일상적인 화제처럼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마치 무슨 전염병이 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모두들 쉬쉬 하면서 정말 자살한 이유는 알지도 못하고, 죽음의 소식만 듣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는 곳 도처에서 자살이 일어나고 있었고, 목격하고 있었고, 증언되고 있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대충의 짐작이 소문으로 떠돌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리 곳곳이 자살, 생명과 죽음이 싸우는 경계의 자리, 전쟁터였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파트에서, 병원에서, 집에서, 직장에서, 다리에서 모두 죽음을 고민하거나 결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얼마 전 보건복지부에서 중요한 발표를 했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에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자살 사망자 수는 7만2000여 명이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이라크 전쟁 사망자 수는 약 3만9000명이고,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 넘게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망자 수는 1만5000여 명이었다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세계적인 내전이나 분쟁 때문에 죽은 사람들의 숫자보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 년간 자살로 사망한 사람 숫자가 더 많았다.

우리 국민이 중동과 아시아의 분쟁 지역보다 더 극심한 내면의 전쟁을 치르고 있고 그 생명의 내전에서 주검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서사적 증언도 없이, 정확히 알 수 없는 죽음의 초대를 받아들이고 있다.

10월 들어 온종일 화려한 축제와 잔치들의 행사가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 내면의 전쟁은 승리의 소식, 휴전의 소식도 없이 아우성치고 있다. 그리고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의 죽음은 역사에 남거나 혹은 훈장이나 포상으로라도 가치를 따져주지만, 우리 내면의 내전에서 삶과 싸웠던 시민들과 그 유족들은 영문도 모르고, 반드시 죽음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잊혀가고 있다.

심리적 부검이라도 받아서, 정확하게 왜 이들이 소리 없이 죽어야 했는지를 알았으면 좋겠다. 한국인이 벌이는 내면의 전쟁이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라도 더 정확히 알았으면 좋겠다.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진군을 하려면 지도와 나침반은 기본이다. 이 지도와 나침반이 되어줄 심리적 부검의 활성화를 통해 내면 전쟁에서의 승리를 지원할 수 있는 국민의 보급 창고를 세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미 자살 예방 선진국에서 70여 년 전부터 시작해서 자살 예방의 성과를 거뒀듯이, 우리 국민 내면의 선택을 사회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살 예방을 위한 내면의 지도 작성을 위한 심리부검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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