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미흡한 AA 점검 결과 등

현안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관심 없는 의원들, 정쟁만 거듭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각 상임위원회에서 다뤄야 하는 여성 관련 이슈가 보이지 않고 있다. 잘못된 페미니스트 정의와 데이트폭력 급증에 따른 대안, 미흡한 적극적고용개선조치(AA) 점검 결과 등 현안은 산더미지만 정쟁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0일 시작한 2015년 국감이 오는 12일 여성가족부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번 국감은 4년간 의정활동의 결실을 맺는 장이 되기는커녕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쟁이 거듭되면서 정책이 실종된 ‘물국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쟁에 밀리다 보니 여성 관련 이슈는 이전 국감에서보다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가장 많은 여성 관련 이슈가 다뤄질 여성가족부 국감도 단 하루만 열리기 때문에 모든 현안을 다루기엔 한계가 있다.

여성단체들이 각각 국감에서 다뤄야 할 과제를 선정해 발표했으나, 담당 상임위에서 다뤄진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국감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여성 관련 이슈는 정부의 무상보육 개편안에 대한 논쟁과 군과 학교 성범죄 문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심학봉 무소속 의원 사건 부실 수사 정도다. 이 가운데 전업주부 아이는 반일만 이용하도록 개편한다는 정부 안에 대해 여야 모두 비판은 제기했지만 정작 뾰족한 대안은 내놓지 못한 채 흐지부지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심학봉 의원을 극비리에 무혐의 처분한 대구지방경찰청의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여성단체가 내놓은 국정감사 이슈를 정리해 남은 국감 일정 동안 반드시 다뤄야 할 여성 관련 이슈를 선정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급증 추세인 데이트폭력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인관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폭행이나 성폭행 등을 당한 사람은 3만6362명이며, 목숨을 잃은 사람도 290명에 달한다.

또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입소자 예산지원 문제도 제기했다. 현재 정부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 ‘행복e음’을 통해 입소자 자산조사를 실시해 시설수급, 비수급으로 나눠 시설비수급자는 생계급여, 교육급여,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단체는 “쉼터에 입소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명의로 된 자동차와 집 등 재산이 있어도 가해자가 점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별도로 주는 지원금은 매우 적고 비수급자는 의료급여증조차 발급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에 대한 정의 개정 문제도 거론된다. 국립국어원이 최근 두 단어의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를 바꿔, 페미니즘을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이를 없애야 한다는 견해’로 바꿨고, 페미니스트는 ‘①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 ②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고쳤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최근 온라인을 비롯한 한국 사회 전반에서 여성혐오 및 안티페미니즘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데, 국립국어원의 잘못된 정의는 사회에 만연한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인과 몰이해를 더욱 강화한다”며 제대로 된 정의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도 시급한 현안이다. 2012년 피해자는 성희롱 피해 이외에도 임원의 조직적 따돌림과 인사팀 직원에 의한 악성소문 유포, 업무 배제, 징계 등 여러 불리한 조치를 겪었다. 피해자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 위반으로 르노삼성자동차를 고소했으나, 1년5개월이 넘도록 사건 처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사건 처리 조사 과정과 지연 이유,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피해자가 겪은 ‘불리한 조치’에 관한 고용노동부의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여성단체들은 이밖에도 아이돌보미의 노동자성 보장,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엄정 처벌,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적용 문제, 교육부 ‘학교 성교육 표준안’ 연구개발 과정에서의 문제점, 성평등기본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의 ‘성소수자 관련 조항’ 삭제 요구한 여성가족부 입장, 여성 정치참여 확대, 유엔의 포스트(post)-2015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서 성평등 독자 목표 이행 방안 등을 과제로 내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여성가족위원회 국감에서 다뤄야 할 과제로 성별영향분석평가제도의 실효성 강화, 아이돌봄 지원사업 확대, 양성평등기본법 시행에 따른 홍보 부족과 전시행정적 프로그램 확대 우려,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사업의 확대, 폭력예방 통합교육의 모니터링 강화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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