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상 수상 위해 방한한 신티아 마웅 메타오병원장

일가상 수상 위해 방한한 신티아 마웅

25년 넘도록 태국 국경지대서 메타오 병원 운영…

하루 500여 명 무료 진료

아웅산 수치와 함께 카탈로니아 국제상 공동 수상

미얀마 난민의 어머니로 불려 

 

최근 한국을 찾은 신티아 마웅 메타오 병원 원장. 소박한 미얀마 전통옷을 입은 50대 중반의 그에게서 미얀마 난민들과 함께 평생을 바쳐온 어머니의 모습이 느껴졌다.
최근 한국을 찾은 신티아 마웅 메타오 병원 원장. 소박한 미얀마 전통옷을 입은 50대 중반의 그에게서 미얀마 난민들과 함께 평생을 바쳐온 어머니의 모습이 느껴졌다.

신티아 마웅(56·메타오 병원 원장)씨는 아웅산 수치와 함께 2008년 카탈로니아 국제상을 공동 수상했고 2002년 막사이사이상을 받으면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은 의사다. 인도주의적 의료활동을 인정받아 2005년 노벨상 후보에 올랐고, 타임지 선정 ‘세계의 영향력 있는 의사’ 18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보수적인 가부장 국가이자 군사독재 국가인 미얀마의 대표적 여성 리더다. 난민 지원을 비롯해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오랫동안 이끌었다. 마웅씨는 최근 가나안농군학교 창설자인 일가 김용기 선생을 기리는 ‘올해의 일가상’ 사회공익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10일에는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을 방문해 ‘이주민과 난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지원 방안’에 관한 특강을 했다. 소박한 미얀마 전통옷을 입은 50대 중반의 그에게선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미얀마 난민들과 함께 평생을 바쳐온 어머니의 모습이 느껴졌다.

미얀마에서는 1988년 8월 8일 ‘888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다. 미얀마식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모든 산업을 국유화한 군사독재 정부는 3000여 명을 사살하며 시위를 진압했다. 그러나 국민의 저항에 부딪힌 군사정부는 어쩔 수 없이 1990년 총선을 실시했다. 민족민주동맹(NLD)이 8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총선에서 승리하자 군사정부는 NLD를 이끈 아웅산 수치를 가택연금해 외부 사회와 단절시켰다. 물론 정권도 이양하지 않았다. 아웅산 수치는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마웅씨는 “1989년 군 정부의 무차별 검거를 피해 정글을 7일 동안 걸어 태국 국경지대로 갔다. 3개월 후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마웅씨는 국경지대에 부상으로 고통받는 많은 난민들을 보고 그들을 위해 임시 진료소를 짓고 치료를 시작했다. 결국 그는 25년이 넘도록 국경지대에서 난민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메타오 병원은 현재 외과, 정형외과, 내과, 산부인과, 안과, 재활의학과 등 16개 과에서 하루 500여 명의 환자를 무료로 진료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지원으로 의료 종사자, 훈련요원, 상담요원 등 670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메타오 병원에 기반을 두고 학교를 세우고 의료 기술도 가르치고 있다. “나는 의사로서 사람들을 치료할 의무가 있어요. 그러나 국민을 아프게 한 사회문제를 뿌리부터 해결해야죠. 환경문제나 여성폭력, 불평등은 건강 문제와 깊이 관련돼 있습니다.” 그가 다양한 인권단체와 연대하는 이유다.

현재 태국에는 300만 명의 미얀마 이주민 중 200만 명이 위험한 삶을 감수해야 하는 미등록 이주민이다. 식민지 시절 영국의 소수민족 분리정책은 독립운동 후에도 민족 간에 분쟁과 갈등을 지속시켰다. “난민이 왜 생겨났는지 알아야 합니다. 환경 문제가 자연재해를 일으켰고, 집과 땅이 훼손됐으며, 소수민족 탄압이 많은 난민을 만들었어요. 태국의 한 대학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와 난민 가운데 70%가 미얀마에서 탄압받는 소수민족 출신입니다”

최근 태국과 미얀마, 유엔난민기구(UNHCR)가 함께 난민 문제를 논의하면서 태국 내 이주민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마웅씨는 전했다. 그는 한국의 난민정책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태국도 처음에는 난민 협정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난민들에 대한 사회‧경제적·문화적 권리도 없었죠. 태국의 변호사 모임에서 시민권이 없는 난민들을 위해 인권운동을 시작했어요. 낮은 임금 때문에 빈곤하고, 가난하기 때문에 더 차별당하는 그들의 처지를 개선하려고 나선 거죠. 대학과 연구소들도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연구를 통해 농장과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했음을 밝혀냈지요.”

그는 “태국 병원과 미얀마대학은 함께 강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인권을 위해 힘쓰고 있다”며 “난민들의 본국 문화를 수용국에서 이해할 때 그들이 잘 적응할 수 있다. 특히 난민을 받을 때 가족 단위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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