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공동육아나눔터에서 가족품앗이 활동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어린이들이 공동육아나눔터에서 가족품앗이 활동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저녁 후 산책길에 동네 놀이터에 들른 적이 있다. 모래도 만져보고 시소에도 앉아보고 그렇게 한 30분을 있었지만 놀이터에는 아이들 대신 어른들만 몇 명 앉았다 갔다. 요즘은 이런 동네 놀이터마저도 보기가 힘들다. 혹 있다면 아파트 단지 내 몇 가지 기구를 두고 탄성재 재질의 바닥이 있는 놀이터가 간혹 보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놀이 공간이 있다 해도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할뿐더러 간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모두 시설에 가 있고 아무도 오지 않기에 혼자 놀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0~4세 미취학 자녀 수는 2013년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230여만 명이다. 이 중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150만 명 정도로 미취학 자녀 중 약 50%에 해당한다. 다양한 교육시설을 포함할 때는 더 많은 자녀가 부모가 직접 양육하기보다 사적·공적인 서비스를 받고 있다. 많은 부모가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님을 알면서도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을 경우 내 아이만 뒤처진다는 생각도 들고, 1~2명의 자녀를 혼자 돌보는 양육 스트레스도 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육시설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비용 문제도 발생하고 전업주부의 경우 하루 종일 시설에 맡길 필요성도 적다.

어렸을 때 마을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 자라는 동안 마을과 공동체가 같이 돌보는 것은 얼마 전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었다.

아이는 엄마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의 소통 속에서 자라나야 한다. 형제자매도 3명 이상이 돼야 자라면서 사회성이 형성된다고 하는데 요즘 한 가정에 다자녀는 매우 드문 게 현실이다. 엄마 입장에서 볼 때도 취업 주부가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 육아하는 것도 어렵지만 전업주부도 혼자 아이를 키우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옛날 대가족제 아래에서는 할머니들이 손주를 봐주거나 형제 간에 서로 돌보는 가족 돌봄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하루 종일 엄마 혼자 아이하고만 씨름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엄마들의 스트레스는 늘어나고 엄마들이 받는 이 스트레스와 불안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이된다.

예전 나무 밑 평상처럼 동네 사랑방이 있었다면, 지금 각 지역에는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동육아나눔터’가 있다. 공동육아나눔터는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시설과 놀이터 이상으로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이들과 함께 가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이웃과 아이 키우는 얘기를 나누는 곳이다. 전국 곳곳에서 동네 사랑방, 마을 도서관에서 엄마들이 모여 각자의 재능과 특기를 살려 아기를 함께 돌봐주고,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눔터가 새로운 공공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체를 확대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녀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고, 이웃 자녀와 함께 교류하고 싶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지금 바로 내가 사는 지역에서 동네 사랑방이 될 만한 곳을 찾아보고 함께 참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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