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 젠더로 접근하라 ① 일본=‘70세 현역’ 일하는 여성

60∼64세 여성의 47.3%, 65∼69세 여성의 29.8% 취업

여성 노인이 키우는 마을기업 ‘오가와노쇼’ 가보니 

“여성 노인 채용 덕에 전국적 유명세

직접 창업에 나서 성공 신화 쓰기도

생활 곳곳서 만난 일하는 여성 노인들

일본은 전체 인구 1억2708만 명 중 65세 이상 인구가 여성 1877만 명, 남성 1423만 명으로 고령화 비율이 26%에 달한다(‘2015 고령화 백서’). 취업률은 60∼64세 여성의 47.3%, 65∼69세 여성의 29.8%다(한국은 올해 7월 기준 60세 이상 고용률이 31.3%). 물론 단시간 근로가 포함된 수치다. ‘노인복지, 젠더로 접근해야’ 연재 첫 회로 일본의 농촌과 도시에서 일하는 여성 노인들을 취재했다.

 

일본 나가노현 오가와촌에 있는 마을기업 오가와노쇼에서 직원들이 곤다 고류(맨오른쪽) 사장과 함께 직접 만든 오야키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나가노=박길자 기자
일본 나가노현 오가와촌에 있는 마을기업 오가와노쇼에서 직원들이 곤다 고류(맨오른쪽) 사장과 함께 직접 만든 오야키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나가노=박길자 기자

주부 일이 평생의 ‘잡(job)’으로

“산촌에 사는 여성 노인들은 평생 자기 이름으로 된 통장이 없었다. 1986년 창업 당시 직원이 할머니 7명과 남성 2명뿐이었다.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게 한 후 월급을 줬는데 ‘사장님, 왜 월급을 주지 않느냐’며 따졌다더라.(웃음)”

일본 나가노현 오가와촌에 있는 ㈜오가와노쇼 곤다 고류(45) 사장은 “여성 노인들은 은행의 입출금 시스템을 몰랐다. 당당한 직업인이 된 후 처음 본인 명의의 통장을 가졌다”며 “경제적 독립은 여성 노인이 자립 생활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나가노역에 도착하니 오륜마크가 새겨진 플래카드가 역에 걸려 있었다. 나가노는 199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다. 나가노역에서 약 40분간 꾸불꾸불한 국도를 달려 도착한 오가와촌은 인구 2800명의 작은 산촌이었다. 나가노현 자연 100선에 선정됐고, 특별경관지역으로 지정됐을 만큼 울창한 나무숲에 둘러싸인 산촌은 아름다웠다.

도로에는 ‘고령자 횡단 주의’라는 입간판이 여럿 세워져 있었다. 고령화율 50%가 넘은 마을답다. 이 지역은 해발 600m로 경사가 심하고 규모가 작은 다랭이밭이 대부분이다. 대맥, 소맥과 콩, 팥 등 잡곡류를 주로 재배한다. 오가와촌이 유명세를 탄 것은 오가와노쇼가 만드는 전통음식 오야키 덕분이다. 특히 봄이나 가을 단풍철에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 예전에는 산촌의 주요 먹을거리가 오야키였다. 할머니의 맛, 고향의 맛이 그리운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관광객이 매년 5만∼6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특산품은 모두 60여 가지로 지역 농산물 가공이 원칙이다.

마을기업은 한 젊은이의 애향심이 낳은 결실이다. 창업주 곤다 이치로씨는 마을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주력 사업인 양잠업도 쇠퇴하자 젊은이들과 함께 ‘메아리회’를 만들었다. 시행착오 끝에 얻은 답이 오야키였다. 그렇게 해서 1986년 ‘60세 이상 노인들도 퇴직하지 않는 회사’인 오가와노쇼가 태어났다. 마을기업이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지역 주민 2800여 명 중 78명이 이곳에서 일한다. 이중 60대 이상 여성 노인은 25명에 달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잡곡류, 전통 절임류 등 다양한 특산품과 메밀국수 등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어두컴컴한 실내가 나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장작불 위에 올려놓은 철판 위에서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오야키를 만들고 있었다. 오야키는 된장이나 간장으로 양념한 채소를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만두피로 싸서 불에 굽는 요리다.

여성신문이 이 마을기업에 주목하게 된 것은 60대 이상 여성 노인들을 채용해 여성 노인 채용의 모델이 되고 있어서다. 최고령자는 84세 할머니로 25년째 일터를 지키고 있다. 여성 노인들의 근무 기간이 대부분 10∼20년이다. 

 

오가와노쇼 입구의 입간판. 오가와촌은 고령화율이 50%가 넘는다. ⓒ나가노=박길자 기자
오가와노쇼 입구의 입간판. 오가와촌은 고령화율이 50%가 넘는다. ⓒ나가노=박길자 기자

 

마을기업 오가와노쇼에서 노인들이 오야키를 굽고 있다. ⓒ나가노=박길자 기자
마을기업 오가와노쇼에서 노인들이 오야키를 굽고 있다. ⓒ나가노=박길자 기자

오가와노쇼의 명산품인 메밀국수 장인 오쓰카 쓰구미씨도 장기 근속자 중 한 명이다. 기자와 인터뷰하는 중에도 쉴틈없이 메밀 반죽을 넓게 펴서 칼로 써는 모습이 한 우물만 파온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메밀국수를 만들어보지 않은 주부들이 있겠느냐. 예전부터 주방에서 내가 해오던 일이 돈벌이가 가능한 일자리가 된다는 건 무척 고마운 일이다.”

그는 만면에 웃음을 띤 얼굴로 “남편은 농사를 짓는데 건강하고, 딸 둘도 모두 결혼했다”며 “주변에서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람들 틈에서 같이 어울려서 일하니까 힘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20년 간 오야키를 만들어왔다는 하야츠 아키고(72)씨도 “평생 현역으로 지내니 즐겁다. 일하는 중간중간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고 웃었다. 

고류 사장은 “일도 하고, 돈도 버니까 할머니들이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일의 보람이 크다며 쉽게 그만두지 않더라”고 했다. “오가와노쇼는 할머니의 힘으로 이끌어가는 마을 기업이다. 나이가 많다고 차별 받는 일은 없다. 할머니들은 지혜의 보물창고로 마음속 깊이 존경한다.”

마을기업이 유명해진 것은 1989년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일본 엑스포 89’에 전통음식 오야키로 참가한 뒤부터다. 할머니들이 몸빼를 입고 오야키를 직접 현장에서 판매했는데 건강식품 붐이 일던 당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당시 ‘할머니, 바다를 건너다’ 제하 기사가 지방언론에 보도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오가와노쇼가 마을기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켰다면 농촌에서는 여성기업을 통해 마을 살리기에 나섰다. 농촌의 고령화율은 한국만큼이나 심각하다. 농촌에 산재한 고유한 자원을 활용한 여성 기업을 창업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고, 여성 노인들도 일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

여성 노인, 창업으로 새 길 낸다

원전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후쿠시마현 이이다테촌 여성들이 시작한 김치 사업이 한 사례다. 후쿠시마현에서 시작해 직매장·식당 경영뿐 아니라 소고기가 유명한 지역 특성을 살려 소고기와 김치 선물세트를 통신 판매하면서 김치 사업이 발전했다. 이이다테촌은 원전사고 이후 마을주민들이 고향을 떠나서 다른 지역으로 피난해야 했고 거기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어려운 생활 속에서 가장 먼저 일어선 사람들이 김치 사업을 경험한 여성들이었다. 희망을 찾아내는 데 여성들의 창업 성공 경험이 도움이 됐던 것이다.

15년 전 여성들이 창업한 일본 고치현 남국시 ‘바람개비 시장’은 또 다른 성공 사례로 유명하다. 대단위 규모의 농업을 하는 지역인데 여성들이 1년간 열심히 준비한 뒤 현에서 300만 엔, 시에서 300만 엔을 지원받고 300만 엔은 농협에서 대출을 얻어 바람개비 시장을 열었다. 바람개비 직매장에선 채소류, 가공품을 판매하거나 학교 급식에 제공했고 학생들을 상대로 식농 교육도 하고 있다. 옛 가옥을 리모델링해 숙박시설도 지었다.

각박한 도시민들이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힐링형 농촌 체험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끌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일본 고베에 있는 헬시마마선은 60대 여성 노인들이 주도하는 농촌 기업이다. 1991년 유기농업을 하는 여성 농업인들의 주도로 헬시마마선이 태어났다. 농산물의 생산, 판매뿐 아니라 식당 경영, 농업 체험 등으로 농촌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농촌 여성창업 연구자인 JC총연 네기시 히사코 객원연구원은 “일본 여성 노인들은 고유한 재산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집안에는 재산이 있지만 개인 돈은 없는 농촌의 여성 노인들이 창업을 통해 자기 재산을 쌓아나갔다”고 말했다. ⓒ도쿄=박길자 기자
농촌 여성창업 연구자인 JC총연 네기시 히사코 객원연구원은 “일본 여성 노인들은 고유한 재산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집안에는 재산이 있지만 개인 돈은 없는 농촌의 여성 노인들이 창업을 통해 자기 재산을 쌓아나갔다”고 말했다. ⓒ도쿄=박길자 기자
농촌 여성창업 연구자인 JC총연 네기시 히사코(71) 객원연구원은 “일본 여성 노인들은 고유한 재산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집안에는 재산이 있지만 개인 돈은 없는 농촌의 여성 노인들이 창업을 통해 자기 재산을 쌓아나갔다”고 말했다.

농촌 여성기업이 활성화된 것은 1992년 유엔이 강조한 농업 분야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일본 농림수산성이 여성 창업 지원에 적극 나선 것이 출발점이다. 지역 자원을 활용한 창업을 통해 농촌 여성들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잇따라 정책 지원을 했다. 이에 힘입어 많은 여성 노인이 창업에 나서 성공 신화를 썼다. 이들의 성공 사례가 남성 고령자나 조기퇴직자 등 농업에 종사하는 남성들을 늘리는데 기여했다. 

네기시 히사코 연구원은 “여성 노인들이 농산물을 생산, 가공·판매하는 여성기업이 안전한 먹을거리를 구하려는 도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며 “이들의 성공은 산지에서 만들어 산지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켰다”고 말했다. 농촌 여성들이 자급 생활을 위해 시작한 창업은 글로벌 경제의 대안인 지역순환형 경제로 경제학자들이 주목할 정도로 발전했다. 

여성 노인들에게 잠재된 힘을 사장시키지 않고 농협이 계속 지도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해준 것이 성공을 거둔 농촌 여성기업들의 특징이다. 네기시 히사코 연구원은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농촌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처럼 농업 자유화 흐름 속에서 일본 농촌도 위기에 직면했다. 그런데 여성 농업인들의 창업 바람이 해외 선진 농업의 일본 공략을 막아내는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하라주쿠’로 불리는 스가모 지조도리 상점가에선 일하는 여성 노인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스가모 상점가 입구에 있는 ‘모찌(찹쌀떡)’집 이세야의 사토 흐미(맨왼쪽) 사장과 직원들이 손님을 맞고 있다. ⓒ도쿄=박길자 기자
‘할머니들의 하라주쿠’로 불리는 스가모 지조도리 상점가에선 일하는 여성 노인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스가모 상점가 입구에 있는 ‘모찌(찹쌀떡)’집 이세야의 사토 흐미(맨왼쪽) 사장과 직원들이 손님을 맞고 있다. ⓒ도쿄=박길자 기자

 

스가모 거리에 있는 과자점에서 일하는 히로마사 아라레씨는 “파트타임으로 일해 한달에 5만∼6만 엔을 번다. 가계를 꾸리는 데 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도쿄=박길자 기자
스가모 거리에 있는 과자점에서 일하는 히로마사 아라레씨는 “파트타임으로 일해 한달에 5만∼6만 엔을 번다. 가계를 꾸리는 데 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도쿄=박길자 기자

‘노인들의 하라주쿠’ 스가모 가보니

도시에서도 일하는 여성 노인을 어디서든 만날 수 있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징수하는 여성 노인부터 패스트푸드점 직원까지 생활 곳곳에서 일하는 시니어를 만날 수 있다.

‘할머니들의 하라주쿠’로 불리는 스가모 지조도리 상점가도 마찬가지였다. 상점마다 곱게 화장한 여성 노인들이 친절하게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도쿄역에서 JR 야마노테선(山手線) 전철을 타고 20분간 달려 스가모(巢鴨)역에 내리자마자 여성 노인 6명과 마주쳤다. 토요일 오전 10시, 다소 이른 시간인데도 일찌감치 쇼핑하러 온 듯했다.

입구에 있는 ‘모찌(찹쌀떡)’집 이세야의 사토 흐미(82) 사장은 “직원 20명 중 여성은 12명인데 이 중 8명이 60대 이상 여성 노인”이라며 “여성 노인이 주고객이라 시니어 직원들이 더 서비스를 잘한다. 인생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들이 손님에게 더 친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노인은 인생 경험이 풍부해서 일을 잘한다”며 “시니어들이 일하는 걸 싫어하는 나라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마쓰바라 미쓰코(65)씨는 열다섯 살 때 처음 이곳에 온 장기 근속자다. 결혼해서 7년간 쉰 뒤 마흔두 살부터 다시 출근해 23년째 일하고 있다. 시간제로 일하는 젠호 기요(76)씨는 “한 달에 8번쯤 하루 7시간씩 나와 일한다”며 “생활비를 버는 목적도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일할수록 건강해지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일본은 이처럼 사회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 노인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고령 여성 노인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회사도 있다. 아리가 쇼지(75) (주)가지완 대표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고령사 내 가사대행사업부를 운영하다 지난해 7월 회사를 독립시켰다. “가사대행업 중 넘버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아 가지완이란 사명을 만들었다.

고령사는 도쿄가스 자회사 사장을 지낸 우에다 겐지씨가 2000년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회사를 모토로 세웠다. 그는 파킨슨병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중·장년층의 전직을 돕는 데 뜨거운 열정을 쏟고 있다. 이 회사는 정년이 없으며 구조조정도 없다. 이직률은 거의 제로다. 단 입사 조건이 60세 이상이다.

고령사 대표를 지낸 아리가 쇼지씨는 “78세 주부가 고령사에 등록돼 있지만 여성 노인들이 남성보다 많지는 않다”며 “자격증을 보유한 여성 노인은 취업이 가능하지만 전업주부들은 쉽지 않다”며 가지완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나라 가사관리사와 다소 다른 점은 고객 요청을 받아 친정부모나 시부모 말벗이나 쇼핑해주기, 자녀 어린이집 등하원 시키기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영업 스태프 200명 중 60세 이상 여성 노인이 140명에 이른다. 평균 나이가 66세다. 전직은 다양하다. 주부가 가장 많지만 초등학교·유치원 교사, 대기업 사무직 직원 등을 지낸 전문직도 있다. 영업 스태프는 일주일에 2, 3일씩 하루 두세 시간 일한다. 수입은 월평균 4만∼5만 엔 선. 야마즈미 미요코씨는 “집 열쇠를 믿고 맡겨준다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에 있는 가지완은 고령 여성 노인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가사대행업체다. 아리가 쇼지(서 있는 사람) 대표가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도쿄=박길자 기자
일본 도쿄에 있는 가지완은 고령 여성 노인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가사대행업체다. 아리가 쇼지(서 있는 사람) 대표가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도쿄=박길자 기자

가지완 “윗세대가 젊은 여성 도와야”

가지완은 고객의 40%인 맞벌이 부부들에게 도쿄의 할머니, 도쿄의 친정엄마가 되겠다고 어필했다. 도쿄에 이름이 알려진 가사대행업체가 50곳 있는데 가사의 프로페셔널을 강조해 고객의 신뢰를 얻었다.

아리가 쇼지 대표는 “건강한 여성 노인이 일하는 게 아니다. 일하는 여성 노인이 건강해진다”며 “시니어라면 보통 돌봄을 받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시니어는 힘이 있다. 사회에서 환영받는 계층으로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초고령사회에서는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현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젊은 여성들을 윗세대인 여성 노인들이 도움을 주지 않으면 초고령사회를 이겨나갈 수 없다”며 “일본은 출산율이 1.42다. 300년가량 지나면 일본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정부는 여성의 사회진출 활성화를 위해 경제산업성 주도로 지난해 가사지원서비스추진협의회를 만들어 가사대행업체들과의 민관 협력에 힘쓰고 있다. 가사지원서비스는 여성 노인 일자리 창출 의미도 크다. 여성 노인은 세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고독과 건강 이상, 경제력 부족에 따른 빈곤이다. 여성 노인들이 일하면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이는 개인과 가족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생활클럽협동조합이 만든 대안 일터인 워커스 컬렉티브에도 60대 여성 노인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워커스 컬렉티브는 ‘일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뜻으로, 공동출자·공동노동·공동운영의 원칙으로 운영된다. 하마모토 사토미 WNJ(워커스 컬렉티브 네트워크 저팬) 사무국장은 “생산자들이 직접 소비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체 성격이 강하다.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필요한 것을 주민들이 직접 비즈니스화해서 살기 좋은 공동체로 바꾸기 위해 워커스 컬렉티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1982년 결성될 당시 주축이었던 40대 주부들이 이제 60∼70대가 됐다. 

 

워커스 컬렉티브 ‘와쿠와쿠 사야마’에서 여성 노인들이 데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워커스컬렉티브네트워크저팬
워커스 컬렉티브 ‘와쿠와쿠 사야마’에서 여성 노인들이 데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워커스컬렉티브네트워크저팬

이들은 개호보험(노인요양보험)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간병·수발 등 돌봄 일을 했고 노인돌봄, 건강한 도시락 만들기, 히키코모리(외톨이) 돌봄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마모토 사토미 국장은 “돌봄 현장에서 일하는 60대 여성 노인들에 대한 평가가 좋다”며 “같은 노인들에게 말벗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WNJ는 11개 지역 400개 워커스 컬렉티브의 연대체로 총 조합원이 1만398명에 달한다. 이 중 3분의 1이 60대(3499명, 36%)다. 여성 조합원은 전체 중 92%에 이른다. ‘쓰무기’는 60대 이상 여성 노인들이 만든 재봉 카페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커뮤니티 카페를 만들었다. 요새 재봉틀을 갖춘 집이 흔치 않다. 가정에 재봉틀을 대여해주고 옷 만들기 강좌도 열어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다. 여성 노인들은 이곳에서 수제 소품을 만들거나 차를 마시면서 수다를 즐기기도 한다.

하마모토 사토미 국장은 “여성 노인들이 직접 만든 일자리라서 만족감이 높다.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니까 사는 보람을 느낀다고 하더라”며 “여성 노인들이 일하게 되면 고령사회에서 돌봄 대상도 줄어들기 때문에 사회적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06년 고령자고용안정법에 이어 2013년 4월부터 신고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 중이다. 65세로 정년을 연장한 것이 핵심이다. 60세 이후의 임금이 60세 당시 받은 임금의 75% 미만인 경우 고용보험에서 임금을 보전해준다. 예컨대 60세 때 임금이 40만 엔(보너스 제외)인데 그 이후 임금이 24만 엔으로 떨어졌으면 24만 엔의 15%인 3만6000엔을 지급해준다. 고령자 고용 촉진을 위해 기업에 직접적인 지원금 외에 세금 우대 혜택을 준다.

고령 인구가 1% 늘어날 때 GDP(국내총생산)가 0.041% 감소한다는 통계도 있다. 고령사회에선 경제 성장과 사회적 에너지 충전을 위해 고령 인구의 경제 활동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연령 차별 없는 근로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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