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디바이스의 등장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인터넷이라고 하는 공간을 책상 앞에서 우리 일상의 곳곳으로 확장시켜 불과 10년이 안 된 시간 동안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세상을 들썩이게 하는 사건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를 만들어낸 주역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변했을까?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주머니나 핸드백에서 쉽게 꺼내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정보를 알아내고,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변화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필자는 그보다 큰 변화를 ‘세상을 향한 생각 드러내기’로 명명하고 싶다. 과거에는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한 방법이 많지 않았다. 물론 유명한 사람이거나 학자, 언론인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상대적으로 쉬웠겠지만 이 또한 특정한 매체의 구조 안에서 가능했던 터라 이 역시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에 와서는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모 자치단체 시장의 SNS는 그 자체가 뉴스거리가 될 만큼 한마디 한마디가 세상의 새로운 이슈가 되고 여론이 되니, 기자가 없고 언론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생각 드러내기’라 할 수 있겠다.

굳이 세상이라는 단어까지 연결시키지 않아도 된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지인들과의 소통도 과거에 비해서는 더 자주,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생각에 머물던 자신의 감정, 의견이 실시간으로 누군가에게 전달되고 상호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과연 ‘소통’의 범주에 넣어야 하는가, 혹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라는 등의 갑론을박은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확실한 사회현상이고 우리네 일상의 모습이라는 것에는 반론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이 바로 고전적인 역량의 재탄생! 바로 ‘글쓰기’이다.

‘누구나’ 글을 ‘써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때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친구와 이웃과 혹은 가족과 대화하기보다는 문자로 이야기를 나누고 SNS에서 자신의 일상을 일기처럼 올리거나 적어도 그런 글들을 보면서 살아가고 있다.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모바일 세상에서의 글쓰기는 이제 웬만한 광고, 홍보전략보다 더 중요한 세상과의 채널이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글’이라는 것은 우리의 사고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생각이 정리되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된다’는 말처럼 휘발성이 있는 ‘말’보다 ‘기록’의 개념인 ‘글’은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고 자신이 공개한 ‘약속’과도 같으므로 ‘글’의 영향력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좋은 글, 실용적이면서 영향력이 있는 글, 상대를 배려하고 자신을 단련하는 글을 써야 한다면 이제 ‘글쓰기’의 역량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SNS상에서 갑자기 활성화된 ‘소통’ 속에서 갑자기 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가 수많은 사람들과 ‘글’로 대화하고 있는데 우리 모두가 자신이 ‘글을 쓰는’ 행위를 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글은 영향력이 크고 나 자신의 생각을 대변하는 ‘말’과는 다른 더 진중한 소통의 수단임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필자는 최근에 제대로 글쓰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글쓰기를 배워보고자 하는 경영자 모임에 가입하여 10주 과정의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글쓰기가 필요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책도 출판하고 여기저기 졸필의 칼럼을 기고하고 있지만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도 없애고 또 글쓰기를 보다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생각에서다.

학창 시절 잠시 작가나 카피라이터가 되고자 주변을 배회하다 한참을 돌아 이제 다시 연필을 잡고 꼼지락거리니 생각지 못했던 또 다른 선물을 받는 느낌이다. 글을 쓴다는 생각만으로도 비가 오는 아침 풍경도, 옆집에서 들리는 플루트 선율에서도 일상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싶어진다. 우왕좌왕하는 자신을 하얀 백지, 커서가 깜박이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두고 보니 한적한 산사(山寺)에서의 풍경과 다를 바 없이 고요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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