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혹은 ‘장애자’라는 말을 정의하는 사전적 해석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장애란 것이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거치적거려 방해가 되는 일이므로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신체적, 정신적 결함이 장애가 되어 살아가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을 장애인(자)이라 부르지 않나 싶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천대시하는 악습의 역사는 꽤 골이 깊다. 이 속에서 장애인을 ‘나쁘게’ 이르는 풍부한 어휘들-이를테면, ‘앉은뱅이’, ‘벙어리’, ‘귀머거리’, ‘장님’, ‘백치’, ‘절름발이’ 따위 -이 생성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외적 내적 결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는 장애를 앓는 ‘신종 장애인’이 있다. 바로 ‘여자’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네들이다. 어쩌면 우리 여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업보나 원죄가 남자보다 더 많았나보다. 이로써 ‘전생에 죄가 많아 여자로 태어났다’는 말이 증명된 건가. 게다가 ‘딸 하나는 많고, 반(半)은 병신이다’하여 딸 하나를 낳으면 과하고, 그렇다고 반을 낳자니 병신이 되므로 어찌할 수 없단다. 그러므로 아들 못 낳는 여자는 이미 사회적으로 ‘인증된’ 장애자다.

여자에게 ‘장애를 권하는 풍조’는 결혼을 하면서부터 더욱 심해진다. 여자는 시집을 가면, 으레 벙어리 삼년, 장님 삼년, 귀머거리 삼년 해서 석삼년을 살 것을 강요당했고, 부부 사이에도 아내가 억지 장님이 돼야 집안이 화평하다 가르쳤다. 시집살이를 못 견딘 여자는 동네 개들도 업신여기므로 이를 견뎌야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다면서 억압적 분위기를 조장해왔다.

한편, 여자들이 장애를 가진 것이 ‘외적 아름다움’으로 과장되기도 한다. ‘백치미’가 대표적인 예다. 이 말은 주로 여자에게만 쓰이는 말인데, 지능이 좀 모자란 듯하고 표정이 없는데서 느끼는 묘한 성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말이다. 현실이 이렇고 보니, 여자로 태어났으면서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고통을 실로 말해서 무엇하랴 싶다. 더군다나 간간이 여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폭력이나 성폭행을 일삼는 족속들에 대해서는 말이다.

이경미/kmlee@kbook.com.인터넷서점 '규장 앤 책마을' 컨텐츠 기획자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