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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멋졌어요!

그는 밴드의 ‘친구’가 된다.

오빠, 멋졌어요!

그녀는 밴드의 ‘그루피’가 된다.

근 1년째 홍대 앞 클럽에서 인디 밴드를 취재하는 일을 하고 있는 Q 양이 현재 우리 나라의 인디 문화에 대해 쓴 글의 첫머리다(그녀는 끝까지 신상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녀는 자신이 인디 음악을 듣기 시작해 클럽에 다니게 된 것도 3-4년 정도 됐고, 또 음악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지 1년이 넘어가는데도 최근까지 그들의 커뮤니티 속에서 아웃사이더였다고 고백했다. 앞에서 본 것처럼 ‘멋졌어요’라는 똑같은 말이 ‘형’과 ‘오빠’라는 단어 하나의 차이로 뜨거운 우정과 어설픈 유혹으로 달리 해석된다는 것이다. 물론 한창 인디 클럽들이 매체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한 97-98년 경에 밴드의 음악 자체보다는 밴드 멤버 개개인에게 더 관심을 가지는 - 흔히 ‘그루피’라 불리우는 - 소녀팬들이 생겨났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그루피보다 훨씬 많은 수의 여성 인디팬들이 ‘여성팬=그루피’라는 도식에 의해 평가절하 되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많은 인디 밴드의 멤버들이 실제로 자신의 여성팬들을 ‘교복순이’라는 비우호적인 단어로 부르고 있으며, 심지어 순수하게 음악과 관련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인터뷰어와의 접촉까지도 탐탁치 않아 한다는 것이다. 또 클럽에서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 뮤지션들은 실력이나 인격 면에서 언제나 도마에 오르는 단골 손님이다(클럽에서도 ‘왕따’가 존재한다). 이렇게 기성 문화의 대안으로 제시된 인디 음악에서마저도 여성이 기존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남성중심적 사고 방식에 의해 소외되고 있음은 매우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결국 이 바닥에서 여자가 그루피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잘 나가는 밴드로 인정을 받든지, 혹은 잘 나가는 밴드의 애인이 되는 수밖에 없다는 씁쓸한 농담으로 대화는 끝이 났다. 오늘도 예정되어 있던 인터뷰가 취소되어 집으로 간다는 그녀가 그녀의 온전한 자리를 찾는 일은 꽤 긴 시간이 걸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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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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