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덕목 중 하나가 배려 아닐까.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뉴시스·여성신문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덕목 중 하나가 배려 아닐까.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뉴시스·여성신문

출근길에 도로가 막혔다. 한참 후 차가 다시 움직이면서 상황을 파악해 보니 아이를 학교 앞에 내려주는 차량 때문이었다. 학교 앞에서 4m 정도 더 가면 정차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둔 공간이 있다. 그곳에 아이를 내려줬다면 길이 막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 바로 앞에 아이를 내려준 것은 한 걸음이라도 덜 걷게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은 아침 출근길에 혼잡을 겪어야 했다.

우리나라 엄마들의 자식에 대한 지극한 정성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만큼 성장해 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어느 분야에서든 뛰어난 역량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들의 뒤에는 헌신적으로 자식을 뒷바라지해 온 어머니들이 있었다. 그러한 어머니의 사랑은 가난하고 힘들었던 예전이나 경제적으로 다소 나아졌다고 하는 오늘날에나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오늘날 일부 엄마들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좀 부족해 보인다. 어린 시절 도시락을 싸 가지고 갈 때 어머니는 종종 달걀 부침을 두 개씩 챙겨 주셨다. 친구들이 먹고 싶어 한다고 했더니 아예 하나 더 챙겨 주셨던 것이다. 아마 나와 비슷한 연배의 세대는 이와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요즘 학교 도시락 문화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지만, 말하고 싶은 점은 요즘 일부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남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예전처럼 강조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경쟁 과열의 사회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는 경쟁의 전장이고 가정은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병참기지, 엄마는 전투 사령관이 됐다. 내 자식이 경쟁에서 승리하도록, 혹은 적어도 뒤떨어져서는 안 되게 해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인해 엄마들 스스로 주변을 배려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주변을 함께 배려하도록 하지 못하는 교육은 아들, 딸의 삶의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학교에서의 따돌림이나 군대 내 체벌이나 가혹 행위 모두 결국은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일전에 모임을 마치고 승강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오는데, 승강기 문이 열리자 안에 탄 사람들이 채 내리기도 전에 승강기 안으로 젊은 부부가 아이와 함께 불쑥 들어왔다. 지하철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경우에도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아이는 무엇을 배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 이후로 사회적으로 배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것이다. 내 자식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사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자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엄마의 몫이 큰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설사 내 자식이 몇 걸음 더 걷더라도 다른 사람의 상황까지도 고려할 수 있는 마음자세, 즉 배려의 중요성을 엄마 스스로 먼저 깨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성장해 오는 데 그동안 엄마들의 헌신과 가르침이 큰 기여를 했다면, 이제는 우리 사회의 성숙을 위해 다시 한 번 엄마들이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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