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설 절반 운영 중단
대체시설은 아직도 ‘공사 중’
4년 준비 기간에도 미흡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일 대구시청 앞에서 미혼 임산부가 스스로 아이를 키울 수 잇는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은주 기자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일 대구시청 앞에서 미혼 임산부가 스스로 아이를 키울 수 잇는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은주 기자

입양기관이 기본형 미혼모자시설(이하 미혼모 시설)을 운영할 수 없게 되면서 미혼모 시설 중 절반이 지난 6월 30일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이를 대체할 시설은 아직도 ‘공사 중’이거나 내년에 문을 열 예정이어서 미혼모 복지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관련 법 개정 이후 4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대체시설을 제때 마련하지 못한 여성가족부 등 관계 기관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011년 입양보다 친부모 양육을 우선하는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으로 2015년 6월 30일까지 입양기관이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은 문을 닫거나 한부모가족복지시설로 전환됐다. 기존 미혼모 시설 31곳 가운데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홀트아동복지회 등 입양기관이 운영하던 15곳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7월 현재 운영 중인 미혼모 시설은 18곳에 불과하다. 대체시설 2곳만 새롭게 문을 연 상황이다. 시설 수만 따지면 기존보다 13곳이나 적다.

여가부에 따르면 새로 짓거나 기능을 보강할 대체시설은 총 9곳이다. 올해 안에 7곳이 문을 열고, 나머지 2곳은 내년에 세운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새로운 시설이 모두 문을 연다고 해도 전체 미혼모 시설은 25곳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시설만으로는 입양기관 운영 시설의 정원인 376명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 임신한 미혼모는 결국 다른 지역에 입소 가능 시설을 찾아 전전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여가부 가족지원과 관계자는 “미혼모 시설의 정원 대비 입소율은 평균 70% 수준이고, 시설에 입소하는 미혼모도 계속 줄고 있어 기존 입소율만큼만 대체시설을 마련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미혼모 긴급지원 복지 서비스에는 ‘구멍’이 뚫린 상황이다. 대구의 경우, 현재 미혼모 시설이 단 한 곳도 없다.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던 혜림원이 지난 6월 30일 문을 닫았으나 운영 중단 시기에 맞춰 대체시설이 문을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혜림원이 운영 중단 이전부터 미혼모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는 대구미혼모가족협회 등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대구시는 뒤늦게 7월부터 대체시설을 위탁 운영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현재 대체시설은 여전히 공사 중이며, 이달 말쯤에나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 시설에서 생활하던 11명의 미혼모는 현재 시가 임대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은희 대구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대구시에 여러 차례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음에도 뒷북 대처로 긴급 지원이 필요한 미혼모들이 갈 곳을 잃어 노숙인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임시 방편이 아니라 미혼모를 위한 보다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도 성명을 내고 “대구시는 미혼 임산부들이 스스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권민경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연구팀장은 “준비 기간이 충분했음에도 시민단체가 문제를 지적하자 그제서야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는 대구시의 행태가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미혼모들에게 양육을 권하기 위해 개정된 한부모가족지원법 취지에 따라 미혼모들이 양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입양기관이 기본형 미혼모자시설뿐만 아니라 공동생활 가정도 운영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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