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복고바람 일으킨 하모니 그룹
21일 여성신문 후원의 밤 무대서 공연

 

여성 트리오 바버렛츠. 왼쪽부터 안신애, 박소희, 김은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트리오 바버렛츠. 왼쪽부터 안신애, 박소희, 김은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조그만 가시내들이 / 모여서 노랠 부르면 / 온 동네 청년들은 마음 설레어 하네 / 가시내들 노래 들으러 오네 / 꽃 피는 봄날이 오면 / 어여쁜 새 옷을 입고 / 새로 만날 나의 님 맞을 준비를 하네-바버렛츠 ‘가시내들’

노래하는 조그만 가시내들 ‘바버렛츠’가 데뷔 앨범 ‘바버렛츠 소곡집 #1’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해외 공연에 초청받는 게 꿈이라던 당찬 신인 그룹은 그동안 미국, 프랑스, 일본, 홍콩 등 전 세계 무대를 누비며 꿈을 이뤘다. 불후의명곡, 가요무대, 열린음악회,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국내 방송에도 다수 출연해 실력을 인정받았음은 물론이다.

한 번도 안 먹을 순 있어도 한 번만 먹을 순 없다. 한 음식점의 기발한 광고 문구다. 모르고 지나치거나 기회가 없어서 안 먹을 수는 있지만, 한 번 맛보면 너무 맛있어서 또 먹게 된다는 뜻이다. 바버렛츠의 노래가 그렇다. 한 번도 안 들을 순 있다. 하지만 한 번만 들을 수는 없다. 타이틀곡 가시내들을 비롯해 쿠커리츄, 봄맞이 등 1950~60년대 복고의 향수와 함께 환상적인 아카펠라 화음에 빠져든다.

바버렛츠는 기획사 오디션을 통해 뽑힌 가수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 노래에 감탄한 제작자들이 기획사를 만들었을 정도다. 자신들의 힘으로 작은 무대부터 최선을 다해 밟아 올라온 바버렛츠. 대한민국 최초의 클럽 출신 걸그룹, 정통 하모니 여성 트리오, 레트로 보컬 그룹 등 이름 앞에 붙는 많은 수식어가 그들의 색깔을 잘 보여준다.

여성신문 창간 27주년을 맞아 7월 21일 저녁 6시 30분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 LL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후원의 밤 행사에서 바버렛츠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가수 윤형주, 뮤지컬배우 문혜영과 함께 무대에 설 예정이다. 바버렛츠는 “국내외 유일한 여성정론지 여성신문 행사에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며 “여성의 권익 향상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더 멋지게 뛰어주시라”고 말했다.

섹시 콘셉트의 아이돌 그룹에 지친 이들에게 바버렛츠의 음악은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노래가 좋아서, 노래하고 싶어서 모인 바버렛츠의 안신애(29), 김은혜(28), 박소희(24)씨를 7월 7일 여의도 IBC 건물에서 만났다.

-무척 바빠졌다. 인기를 실감하나.

소희: 의상과 메이크업이 화려한 편이라 지우면 잘 모르신다. 오히려 편하다.

은혜: 지우면 그냥 행인이다. 아무도 못 알아본다.

 

바버렛츠의 맏언니 안신애씨는 기타와 중음 파트를 맡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바버렛츠의 맏언니 안신애씨는 기타와 중음 파트를 맡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2년 결성됐는데 1집은 2014년에야 나왔다.

신애: 자작곡을 하나둘씩 쓰고 데모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레 앨범 얘기가 나왔다. 제가 가지고 있는 홈레코딩 작업실에서 녹음하면서 우리끼리 해보자고 시작했다. 중간중간 공연하면서 만나게 된 제작사 분들이 소속사가 없는 저희를 위해 기획사를 만들었다. 다 같이 0부터 시작한 셈이다. 회사가 붙으면서 동력이 붙었다.

-서로에 대해 말해달라.

신애: 은혜는 가장 개성이 강하면서도 친근감을 준다. 대중에게 다가가기 좋은 거 같다. 소희는 저음이고, 저는 중음, 은혜가 고음을 맡고 있는데 고음은 화음의 꼭대기 역할로, 모든 음의 자리를 잡아준다.

은혜: 소희는 셋 중에 가장 차분하다. 의지할 수 있는 동생이다. 사실 저였으면 언니들이랑 팀을 못 했을 거 같다.(웃음) 기본적으로 굉장히 선하고, 순하고, 우직하다. 친구 같고, 언니 같고, 귀엽다. 괜찮은 남자 있으면 소개할 텐데. 맏며느리감이다.

소희: 리더인 신애 언니는 멋있다. 추진력 있고, 한마디로 리더답다.

 

고음 파트는 팀의 둘째 김은혜씨의 담당이다. 깨끗하고 맑은 음색이 특징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고음 파트는 팀의 둘째 김은혜씨의 담당이다. 깨끗하고 맑은 음색이 특징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해외 공연을 많이 다녔다.

신애: 좋다. 얼떨떨하고…. 일단은 꿈이 이뤄진 게 너무 좋고, 많은 추억이 생겼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직접 겪어보니 기쁨도 있고, 어려움도 있다.

은혜: 미국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스탠딩 공연장에 갔는데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가수들을 보러 현지 분들이 많이 왔다.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저희 노래를 알고 따라 불러주셨다. 뭘 하든 다 좋아해 주셨다. 한국 관객은 조금 부끄러워하는 면이 있는데 미국 관객은 즉각적인 반응이 오더라.

-유튜브의 ‘be my baby’ 동영상은 100만 명이 봤다.

신애: 유튜브가 없었으면 지금 이 자리도 없을 거다. 처음부터 계획하고 올린 게 아니라 재미로 시작했는데 점점 일이 커졌다.(웃음)

소희: be my baby 동영상을 올린 게 1년5개월 전이다. 광고 삽입곡으로도 쓰였다. 많은 외국 분들이 댓글에 아름다운 말들로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매력적인 저음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막내 박소희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매력적인 저음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막내 박소희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바버렛츠도 무명 시절이 있었나.

신애: 개인적으로 무명시절이 12년이다. 코러스, 보컬 선생님, OST, 광고, 인디밴드 등 노래로 해볼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내 노래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못 했다. 여전히 다른 가수와 비교하면 한도 끝도 없이 작아지지만, 무명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감사하다.

은혜: 일반 문과대학을 다녔는데 음악을 하고 싶어서 관뒀다. 친구들은 직장 4~5년 차가 되어가고, 공무원이 된 애들도 있다. 그 세계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소희: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아르바이트하며 겨우 학원에 다니고 연습하고 그랬다.

-앞으로의 계획은.

은혜: 재밌게 노래하고 싶다. 재미가 없으면 힘드니까.

소희: 노래를 통해 행복하고 신나는 에너지를 나눠드리고 싶다.

신애: 아직 못 보여드린 게 많다. 2집 작업 중인데 음반을 통해 더 많이 보여드리겠다. 저희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 저희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명일 때와 다른 점이다. 저희 공연을 찾아주시는 분들과 함께하는 거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