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성쉼터만 있나요? 남성쉼터도 있어야지요?”

“여성가족재단이 있으면 남성가족재단도 있어야 하지 않나요?

2015년 7월 1일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날이다. 1995년에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이 전면개정되어 이날부터 ‘양성평등기본법’이라는 법률제명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그냥 당연한 듯 보이지만 어쩌면 1995년에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된 것은 ‘기적’에 가까웠고 20년 동안 19차례 개정됐다. ‘여성발전’이라는 법률제명은 이미 제정될 당시부터 법사위에서 논란이 됐고, 제18대 국회에서 전면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임기만료 폐기됐다. 결국 제19대 국회에 와서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개정되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묘한 기분이 든다. 솔직히 약간의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나뿐인 것일까?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될 당시의 입법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제14대 국회(1992∼1996)에서 여성 의원의 수는 299명 중 8명(2.9%)에 불과했고, 정무장관 제2실이 여성정책을 총괄 조정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입법 과정을 살펴보면, 일부 남성 의원들의 원색적인 여성 비하 발언도 등장했지만 그럼에도 여성 의원들의 연대와 일부 남성 의원들의 협력으로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법 제정 후 20년 동안 여성 의원 수는 49명으로까지 증가했고, 2001년에 설립된 여성(가족)부는 지금까지 여성정책의 주무 부처로 존재하고 있다.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는 분야는 여성의 고학력화이다. 2009년부터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으로의 진학률은 오히려 여성이 남성을 앞서고 있다. 2014년 기준 여성은 74.6%, 남성은 67.6%이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여성 국회의원 수는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 낮은 수준이다. 여성의 낮은 임금수준에 기반한 남녀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심각하다.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 젠더폭력의 피해자 중 95%가 여성이라는 점.... 여전히 양성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5년마다 통계청이 조사해 발표하는 ‘생활시간사용조사’에서 집안일은 여성의 몫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처럼 여성에게 차별적인 사회구조를 간과한 채 양성평등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차별 시정보다는 차별 고착화가 우려된다. 가령, 남성들이 참여를 기피하여 소수인 분야를 차별로 오인해 남성들을 대상으로 적극적 차별시정 조치가 적용된다면? 여전히 여성이 젠더폭력의 피해자라는 점을 간과한 채 남성쉼터 설립에 인력과 예산을 불필요하게 써서 여성 폭력 피해자가 입소할 곳이 부족해진다면? 여성의 가족 내 돌봄을 책임지는 자로 인식돼 왔던 현실을 보지 않고 남성들을 위한 구색 맞추기 식의 사업이 늘어난다면?

양성평등기본법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양성’이 불평등한 구조에 있다는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양성’ 중 하나의 성(性)인 여성이 여전히 차별받고 있으며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서는 곤란하다. 즉, 여성과 남성이 서 있는 객관적인 현실에서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교)의 진학률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떨어지는 점이 여대의 존재에서 기인하는 남성 차별이라면 일부 여대의 남녀공학화도 진지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다.

양성평등기본법이 남녀 간의 불평등을 시정하고 남녀의 조화로운 참여를 끌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마지 않는다. 그리고 법 개정으로 법률제명에서 ‘양’자를 떼어주시기를... 이 세상에는 두 개의 성만 있는 것이 아니고, 두 개의 성을 강조하는 것이 의미 없는 사회가 진정으로 평등한 사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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