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우주망원경 교수 지낸 예일대 물리학 교수
“‘왜’라는 질문 던져야… 이공계 성차별 맞서길”

 

메건 우리 예일대 교수는 옆집 언니 같은 푸근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이공계 성차별을 언급할 때는 강한 목소리로 “편견에 맞서야 한다”고 여성들을 격려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메건 우리 예일대 교수는 옆집 언니 같은 푸근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이공계 성차별을 언급할 때는 강한 목소리로 “편견에 맞서야 한다”고 여성들을 격려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전 세계적으로 이공계는 남성들이 더 잘하는 분야로 인정돼 왔어요. 남녀 모두 능력을 골고루 지녔는데 ‘여자는 인문, 남자는 이공’이라는 도식은 사회적 편견일 뿐이죠. 요리는 화학, 바느질이나 뜨개질은 물리 실험 아닌가요? 고정관념에 빠져 누군가 그런 말을 한다면 ‘왜?’라고 질문을 던지세요.”

오는 9일까지 이화여대에서 열리고 있는 ‘이화-루스 국제 세미나’ 참석차 한국에 온 메건 우리(60‧예일대 물리학과 교수) 미국 천문학회장은 지난 6월 30일 이대리더십개발원에서 이뤄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공계 성차별을 이야기하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 교수는 매사추세츠공대 우주연구센터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에서 허블우주망원경 교수를 지냈으며 예일대 천문학‧천체물리학 센터장과 물리학회장을 역임한 중진 과학자다. 블랙홀과 다파장 연구를 포함한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연구로 유명한 그는 특히 지난 1월에 『천체물리학 저널』에 실린 ‘블랙홀도 다이어트를 한다’는 제목의 연구발표문으로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 교수는 지난 6월 30일 ‘오픈 포럼’ 개막일에 ‘여성과 과학’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데 이어 7월 2일 특별 강연 ‘블랙홀, 은하 & 우주의 진화’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이 지식도 많고 호기심이 남달라 감탄했다. 자신감 있는 태도 역시 인상적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어려서는 외울 게 많은 과학보다 역사 수업을 더 좋아했단다. 그러다가 터프츠대 3학년 여름에 천문학 조교로 일하면서 천체물리학에 푹 빠졌다고 한다. 하지만 전공 공부를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남성 구역’에 진출한 여성들이 그러듯 역경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미 천문학회장에 오르기까지 겪은 어려움을 묻자 “오늘 인터뷰를 몇 시간쯤 할 수 있느냐”며 농담을 건넸다. “연구소에 있을 때 내 아이디어가 큰 프로젝트로 발전했는데도 나중에 참여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적도 있어요. 여성이 중요한 기여를 해도 인정을 못 받고 심지어 모멸감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우리 교수는 “심지어 예일대도 남녀 교수가 같이 육아휴직을 가면 여자 교수가 다녀온 것만 기억하더라”며 “성평등 척도가 남녀 동수 아니냐. 이공계 남녀 교수가 50 대 50이 돼야 이런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팀 헌트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가 여성 비하로 교수직을 사임한 이야기를 꺼냈다. 헌트 교수는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에서 여성 과학자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여성이 실험실에 있으면 세 가지가 일어난다. 먼저 내가 그들과 사랑에 빠지고, 그들이 나와 사랑에 빠지고서 그들에 대해 비판하면 운다”며 “나는 동성 과학자들만 있는 실험실을 선호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그게 유머인가요? 여성을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비하하는 발언이죠.”

그의 남편은 물리학자로 현재 예일대 교수로 있다. 두 딸 중 막내도 의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이공계 여학생들에게 “여성 선배 롤 모델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학문에 정진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선구자가 되겠다는 각오로 미래를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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