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데이(Family Day)가 뭔가요?” “일주일 중 하루(수요일)를 정해 가족과 저녁을 함께 하도록 정시에 퇴근하는 날입니다.” (모두 웃음) “한국은 정시 퇴근이 그렇게 힘든 가요? 아직도 날마다 밤늦게까지 일을 하나요?”

몇 년 전 브루나이에서 열렸던 아시아 지역 가족관계 장관급 회의에 여성가족부 장관 대신 참석해 한국의 가족정책을 설명하면서 ‘가족사랑의 날’을 자랑스럽게 소개했을 때 그게 무슨 의미냐는 질문이 있었다. 그 내용을 설명하자 각국 대표들이 웃으며 왜 그런 날이 있는지 의아해하면서 질문이 이어졌던 기억이 난다. 일본과 중국 대표만이 조금 이해된다는 분위기였으나 이는 근로시간이 지나치게 긴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캠페인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최장 근로시간으로 힘들어하던 우리나라는 2009년 직장인들이 근로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을 갖도록 하루라도 정시 퇴근을 하자는 캠페인을 정부 주도로 시작하며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을 패밀리 데이로 지정했다. 이후 매주 수요일을 가족사랑의 날로 확대 운영하며 가족친화적 문화를 조성해 가는 캠페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정시 퇴근을 억지로 하게 했더니 조기 귀가에 익숙지 않았던 남성들이 그날을 친구 만나는 날 또는 부서의 회식하는 날로 삼았다는 캠페인 초기의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한때 정시 퇴근을 강제로 시키기 위해 가족사랑의 날에는 시간 외 근무 불인정, 법인카드 지출 불가, 강제 사무실 소등, 정시 퇴근 안내와 가족송 방송 또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정시 퇴근 점검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가족사랑의 날과 같은 지속적인 캠페인으로 국민들의 의식이 조금씩 바뀌고 주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우리나라도 근로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나 2014년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216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770시간의 1.3배에 달해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1, 2위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이만큼 먹고살게 된 것은 여가와 개인적인 생활시간, 가족시간을 줄여가며 일한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장시간 근로의 효용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장시간 근로는 능력 개발 기회를 줄이고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여 장기적으로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가족에게도 피해를 주는 등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제는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때다. 양보다 질의 관리가 더 중요하며 이를 위해 근무시간 중 집중 근무와 함께 출퇴근 시간의 유연성 증대는 필수다.

대한민국은 결코 근로시간 단축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일·가정의 양립과 균형은 곧 ‘나’와 ‘가족’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고 충분히 쉬는 문화가 하루속히 정착되면 우리 경제와 산업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1.2명 안팎의 초저출산국으로 국가적 위기인 저출산의 해소를 위해서도 가족친화 환경 조성과 일과 가정의 양립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주 1회만이 아니라 매일매일이 가족사랑의 날이 되는 때가 하루속히 오기를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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